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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은 탈세 많다" IMF총재 발언 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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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인은 탈세 많다" IMF총재 발언 파문

입력
2012.05.28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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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 국민을 자극하는 국제사회 지도자들의 잇단 발언이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18일 "그리스는 유로존 탈퇴를 국민투표로 결정하라"고 했다가 내정간섭 논란을 일으킨 데 이어 이번에는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그리스 국민을 '세금 안 내는 사람들'이라고 비판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라가르드 총재는 25일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이제는 그리스가 빚을 갚아야 할 때"라며 "그리스 사람들은 세금을 회피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리스인들은 스스로 자신의 문제를 집단적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며 "나는 경제위기에 처한 그리스 사람들보다는 사하라 사막 이남의 가난한 아프리카 어린이들을 더 걱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리스 국민이 세금 내기를 꺼리면서 스스로 경제 위기를 자초했다는 뜻으로 읽히는 발언이다.

그리스인을 탈세범으로 낙인 찍은 인터뷰가 알려지자 그리스 정치권이 벌떼처럼 들고 일어났다. 에반겔로스 베니젤로스 사회당 대표는 라가르드 총재의 발언을 "그리스인들에 대한 모욕"으로 규정하며 "누구도 위기를 극복 중인 그리스인들에게 굴욕감을 줄 자격은 없다"고 비판했다. 알렉시스 치프라스 시리자 당수는 "그리스인들은 절대 라가르드에게 동정을 구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리스인들은 버틸 수 없는 수준으로 이미 세금을 내고 있다"고 받아쳤다. 라가르드 총재의 페이스북에는 24시간만에 발언을 비난하는 그리스인들의 댓글 1만 1,000여개가 쇄도했다.

남유럽 국민이 제대로 세금을 내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건 라가르드 총재만이 아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EC)가 작성한 보고서 초안을 인용해 "이탈리아가 최근 탈세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음에도 EU는 지하경제 규모를 줄이기 위한 이탈리아 정부의 노력이 여전히 부족하다고 본다"고 28일 보도했다.

FT는 "이탈리아 사례가 탈세의 최악은 아닐 것"이라며 30일 발표되는 EC 보고서가 스페인의 탈세 상황도 다룰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럽 각국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그렉시트) 가능성에 대비해 최악의 상황을 상정한 대응조치를 수립하는 등 비상체제를 잇따라 가동하고 있다. 독일 시사주간 슈피겔은 독일 정부가 동독을 흡수 통일한 경험을 그리스 사례에 적용한 구제계획을 검토 중이라고 보도했다. 내용은 ▦노동시장 개혁 ▦국유기업 민영화 ▦경제특구 신설 등을 통해 그리스에 투자를 유치하자는 계획이지만 내정간섭 논란이 생길 수 있다. 영국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시 자국으로 이민자가 쏟아져 들어올 것에 대비해 국경을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스위스 중앙은행은 그렉시트 발생으로 유로화가 폭락하고 자국 프랑화 가치가 급등하는 사태를 염두에 둔 자본통제 방안을 수립 중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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