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막의 전설이 돌아왔다. 1960년대 세계 영화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했던 장 루이 트랑티냥(82)과 엠마누엘 리바(85)가 '아무르'의 황금종려상 수상에 힘을 보탰다. 젊음으로 빛나던 외모는 백발과 주름에 자리를 내줬지만 그들의 연기는 여전히 관객의 마음을 울렸다. 두 사람은 병마로 가혹한 이별을 하게 되는 음악교사 출신 80대 노부부를 연기했다.
'남과 여'(1966)로 잘 알려진 트랑티냥은 프랑스의 살아있는 전설이다. 코스타 가브라스 감독의 정치 스릴러 '제트'로 1969년 일찍이 칸영화제 최우수남자배우상을 수상했다. 1956년 '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로 데뷔한 그는 100여편의 영화에 출연해 브리짓 바르도, 카트린 드뇌브, 이사벨 위페르 등 당대 최고의 프랑스 여배우들과 호흡을 맞췄다.
리바는 알랭 레네 감독의 '히로시마 내 사랑'(1959)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프랑스를 점령한 독일군과 사랑에 빠졌던 과거에 시달리는 역할을 맡아 일약 세계적 배우로 떠올랐다.
두 배우는 한 동안 세인의 시선에서 떨어져 있었다. "무대가 더 즐겁다"며 스크린을 떠났던 트랑티냥에게 '아무르'는 15년 만의 영화 복귀작. 그는 "난 더 이상 영화 연기를 원치 않았다. 그러나 미카엘 하네케는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하나이기에 '아무르'의 출연을 매우 자랑스럽게 여긴다"고 말했다. 그는 "촬영 중 하네케가 너무 많은 고통을 줘 더 이상 (그의) 영화에 출연하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영화 속 내 모습을 보며 처음으로 행복했다"고 덧붙였다.
리바는 '히로시마 내 사랑'으로 칸영화제 레드 카펫을 밟은 뒤 53년 동안 칸의 초청을 받지 못했다. 그는 "지금도 1959년 칸의 모습이 선명하다. 놀랍게도 사랑(Amour)이란 단어가 들어간 두 영화로 칸을 오게 됐다"며 감회에 젖었다. 그는 "'아무르'에 너무나도 출연하고 싶었다. 매일 촬영장에 뛰어갈 정도로 아주 열정적으로 역할에 접근했다"고 말했다.
두 전설의 향후 행보는 엇갈릴 듯하다. 배우였던 딸 마리가 1999년 사위에게 살해된 아픈 상처를 지닌 트랑티냥은 여전히 상실감을 나타냈다. 그는 "슬프게도 마리의 부재가 하네케(의 수상) 등 모든 것을 지워버린다. 오늘 난 단지 살아있는 척할 뿐이다"고 말했다. 반면 리바는 연기 활동에 대한 강한 의욕을 드러냈다. 그는 "80세 넘은 여배우에게 주어질 역할은 거의 없다. 연기할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 위대한 선물로 생각하고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칸=라제기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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