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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 작가 이하 "풍자에 지나치게 예민… 다음 작품은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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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 작가 이하 "풍자에 지나치게 예민… 다음 작품은 박근혜"

입력
2012.05.28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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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예술을 대중이 아니라 국가 권력이 평가하는 극도로 예민한 사회에 살고 있는 것 같아요. 조만간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 풍자 포스터도 붙일 겁니다.”

팝아트 작가 이하(44)씨는 5·18광주민주화운동 32주년을 하루 앞 둔 17일 서울 연희동 주택가 담장에 포스터를 붙이다 경찰에 붙잡혔다. 전두환 전 대통령이 자신의 전 재산이라고 했던 29만원 자기앞수표를 들고 있는 그림을 인쇄한 포스터였다. “여러 사람들에게 내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을 뿐”이라고 항변했지만, 경찰은 이씨를 경범죄에 해당하는 불법광고물 부착 혐의로 즉결심판 법정에 세웠다. 법원은 최근 이를 기각했다.

그가 정치인 풍자 포스터를 붙인 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 인사동 거리에 이명박 대통령을 나치로 묘사한 포스터를 붙였다. 올해 4월엔 종로2가 버스 정류장에 박정희와 김일성을 한 몸의 샴쌍둥이로 묘사한 포스터를 붙였을 땐 20분 만에 한 남성이 뜯어내 찢어버리기도 했다. 그는 “거리에 포스터를 붙이는 건 대중들과 소통하려는 시도이자, 그 행위 자체가 예술가로서의 퍼포먼스”라고 말했다.

“경기 수원에 있는 작업실 앞에 그림을 붙였더니 동네 어른들이 지나가다 말고 서서 ‘전두환’을 주제로 한참 수다를 떠시더라고요. 한 때 유행했던 ‘왜 나만 갖고 그래’ 같은 대통령 성대모사도 하고요. 제가 바라는 예술의 역할이 이런 거예요. 한 때는 이름을 입에 올리기도 조심스러웠던 독재자를 이제는 안주 거리로 삼으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도록 자극하는 거죠.”

그래서인지 그의 그림 속 독재자들은 더 이상 두려운 존재들이 아니다. 지난해 5월 미국 뉴욕에서 전시한 ‘귀여운 독재자’ 시리즈의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몸에 비해 큰 머리, 짧은 팔, 캐리커처에서 나타나는 과장된 표정과 몸짓을 지녔다. 김정일과 푸틴, 카다피와 무바라크도 그의 그림에서만큼은 한낱 우스운 인물일 따름이다. 이씨는 “뉴욕 전시회를 하면서 정치로 인한 대중들의 피로감은 만국 공통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어느 날 가족들이 차우셰스쿠 정권에서 몰살당했다는 한 루마니아 관람객이 방문해 다음엔 꼭 차우셰스쿠를 그려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2년 전부터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활동하고 있는 그는 대학에서 회화를, 대학원에선 조각을 전공했지만 정작 졸업 후엔 다른 일에 재미를 붙였다. 5년 간 시사만화가 활동을 했고, 애니메이션 회사를 차려 장애인, 아동성폭행 문제를 다룬 애니메이션을 만들기도 했다. 영화를 공부하려고 2007년 미국 유학 길에 오르고 나서야 다시 미술로 눈을 돌렸다.

‘미술 신인’이나 마찬가지이지만 “정치적 메시지가 강한 작품을 하겠다”는 목표만큼은 기성 작가 못지 않다. ‘귀여운 독재자’로 데뷔한 뒤 ‘눈물’, ‘역사의 추억’ 등을 주제로 각국 지도자와 역사적 인물들을 캔버스에 꾸준히 담고 있고, 7월엔 여수국제아트페스티벌 참가, 8월엔 부산에서 개인전이 예정돼 있다. “우리 사회는 아직까지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인이 누군가의 웃음거리가 됐을 때 껄껄 웃어넘길 줄 아는 여유가 없어요. 이 작업을 계속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송옥진기자 cli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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