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 한 장례식장으로 조문을 다녀왔다. 몇 년 간의 투병 생활 끝에 동생의 시어머니, 그러니까 사돈어른이 돌아가셨기 때문이었다. 아직 부모의 죽음을 겪어보지 않은 터라 검은 상복을 입은 동생이 어찌나 낯설던지. 부족한 잠에 울어 푸석푸석해진 얼굴로 동생은 보자마자 내 손부터 잡았다.
언니, 우리 언니 왔네. 순간 울컥 목울대를 치고 오르는 이 뜨거움은 뭐지. 고인께 인사를 드리고, 제부의 어깨를 두드리고, 동생의 시댁 식구들에게 일일이 저는 누굽니다, 라고 인사를 하는데 점점 묘한 기분에 사로잡히는 듯했다.
불과 4년 전만 해도 남과 남이던 사이가 아니던가. 누가 가르쳐준 적 없어도 결혼이라는 제도 속에 편입만 하면 자동적으로 딸에서 며느리로, 아들에서 사위로 제 역할 수행에 나설 줄 아니 그래서들 어른들 말씀이 노처녀인 내가 아직 진짜 어른이 아니라고들 하시는 걸까.
염할 때 보니까 언니, 우리 어머니 너무 불쌍한 거야. 엄마한테 잘하고 살자. 배웅해주겠다며 내 팔짱을 끼고 내 보폭에 맞춰 장례식장을 빠져나오는 동생이 내 언니 같았음은 비단 나보다 8cm나 더 큰 키에서 비롯되는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안녕, 서로 손을 흔들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가려는데 날 되돌려 세우던 동생. 그나저나 내 생얼 보기 흉하지? 화장도 못하고 죽겠다니까. 이럴 때 대비해서 언니도 미리미리 점 빼두라니까. 야, 이것아! 뭐, 이러니 내 동생이라지.
김민정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