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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자, 탄원서까지 냈지만… 피의자 거주지에서 수사 받으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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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자, 탄원서까지 냈지만… 피의자 거주지에서 수사 받으라니

입력
2012.05.27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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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 피해자가 자신의 거주지 관할 경찰서에서 계속 조사를 받게 해달라며 탄원서까지 냈는데도 검찰이 피의자 관할지에서 수사를 하도록 이송 지휘해 논란이 일고 있다.

27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초 서울 용산경찰서는 자영업자 A씨가 자신의 사무실에서 부녀자들을 잇따라 성폭행했다는 첩보를 입수, 관련 증거를 찾기 위해 압수수색 영장을 서울 서부지검에 신청했다. 그러나 서부지검은 "피의자 거주지가 강동구이므로 강동경찰서로 사건을 이송하라"고 지휘했다. 용산서는 "이미 경찰 조사에 협조한 피해자가 용산구에 사니 용산서에서 계속 수사하게 해달라"며 재지휘를 건의했다. 이미 경찰 조사를 받았던 피해자 B씨도 "강동서에서 또다시 진술하려면 심적인 괴로움이 있으니 용산서에서 조사를 받고 싶다. 피해자 위주의 수사 지휘를 해달라"는 취지의 탄원서를 검찰에 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결국 용산서는 21일 이 사건을 강동서로 넘겼다.

경찰은 검찰이 경찰청의 광역수사에 이어 최근 서울의 일선서 사건까지 관할지 문제를 들춰 이송지휘를 하자 불만스런 기색이 역력하다. 이달 초에는 종로구에서 발생한 절도사건 피의자의 긴급체포 승인요청에 대해 시급한 사안인데도 서울중앙지검과 북부지검이 '핑퐁게임'을 해 관할서를 당황케 했다. 경찰청은 이 때문에 23일 열린 검ㆍ경 수사협의회에서 "일선서 수사까지 관할이 벗어난다며 이송 지휘하는 건 부당하다. 형소법상 토지관할은 수사가 아닌 법원의 재판 관할을 의미한다"는 의견을 검찰에 전했다. 서울의 한 경찰 관계자는 "검찰이 이런 식으로 일일이 이송지휘를 하면 앞으로 어떻게 첩보수사를 하란 말이냐"며 반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토지관할은 범죄지, 피고인의 주소, 거소 또는 현재지로 한다'는 형사소송법 조항을 들면서 "그동안 해 오던 대로 관할지를 어긴 수사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이송지휘를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성폭행 사건의 이송지휘와 관련, 서울 서부지검 관계자는 "방어권 차원에서 피의자 거주지 관할서에서 수사를 하는 것"이라며 "(성폭행) 피해자의 관할 경찰서에서 수사하겠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례적"이라고 말했다.

앞서 검찰은 올 초부터 경찰청의 광역수사기구인 지능범죄수사대가 수사 중이던 '밀양서 경위의 검사 고소사건', '다단계 사기왕 조희팔 사건', '용인시장 비리 사건' 등을 잇따라 해당지역 관할 경찰서로 이송지휘해 경찰과 마찰을 빚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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