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말하는 인권은 미국이 아닌 국가를 비판하는 전가의 보도일 수 있다. 미국식이 아닌 것에 미국의 잣대를 가져다 재단하는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24일 발표한 '2011 인권보고서' 역시 그런 비판에서 예외가 아니다. 199개국의 인권상황을 담은 보고서에서 인권이 '극도로 열악한(extremely poor)' 국가로 분류된 중국이 내정간섭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인권보고서 작성을 책임진 마이클 포스너 미 국무부 인권노동담당 차관보의 발언은 달랐다.
그는 인권보고서를 발표한 뒤 가진 인터뷰에서 "인권문제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내정간섭이 아니다"며 "인권 문제는 보편적인 인류의 관심사"라고 말했다. 그는 또 "유엔헌장에도 보호받아야 한다고 명시된 인권은 미국뿐 아니라 중국에도 적용되는 사안"이라고 강조했다.
포스너 차관보는 "사람들의 보편적인 가치가 부정된다면 우리는 계속 이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고 말해 중국과의 인권 충돌을 피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최근 중국의 인권문제로 부각된 탈북자 북송과 관련해 "미국 정부가 탈북자 북송을 막기 위해 중국 정부와 비공식 대화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또한 "탈북자 처리는 유엔 고등판무관에 의한 국제기준이 정해져 있다"며 "난민에 대한 국제법 원칙은, 본국 송환 시 탄압받을 게 명백하다면 보호받아야 한다는 것"이라고 탈북자의 난민 지위 부여를 강조했다.
북한을 '세계에서 가장 폐쇄적인 나라'로 칭한 포스너 차관보는"북한의 인권상황 표현에 동원할 단어가 부족할 정도"라고 했다. 북한 인권에 대해 인권보고서는 2008년 '열악하다', 2009년 '개탄스럽다', 2010년 '암울하다'고 표현했으나 2011에는 '극도로 열악하다'고 강도를 높였다. 포스너 차관보는 "표현의 강도에 등급을 정해놓고 발표하는 건 아니지만, 국제사회의 관심을 유도하기 위해 달리 표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1970년대부터 35년째 인권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는데 올해는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도 보고서를 공개했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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