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0일 정부는 '주택거래 정상화 및 서민, 중산층 주거안정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그 중 눈길을 끄는 대목은 강남 3구에 대한 투기지역해제 조치이다. 이로써 해당지역 내 주택거래에 대한 LTV(주택담보대출비율) 및 DTI(총부채상환비율)한도가 기존의 40%에서 서울 여타지역과 동일한 50%로 상향 조정되게 된다.
그 동안 주택경기 부진이 계속됨에 따라 DTI상한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지속적으로 이어져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DTI규제는 경기조절 수단이 아닌 금융안정화기제라는 정부 안팎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이번 조치가 취해진 것으로 보인다. 여하튼 양측의 주장이 대립되는 배경에는 DTI가 급증하는 가계부채를 줄이기 위한 수단으로만 인식된 측면이 있어 보인다. 한편 DTI상한을 높여야 한다는 또 다른 근거는 이미 충분히 낮은 LTV 상한이 적용되고 있으니 DTI 상한을 설정하는 것은 과잉 규제라는 지적이다. 여기서는 다음의 두 가지 측면에서 DTI 상한 규제가 과연 적절한 것인지 대한 논의를 해보고자 한다.
먼저, DTI상한을 규제하는 것이 단순히 대출을 줄이기 위한 것인가 하는 질문이다. 알다시피 DTI는 차주의 소득대비 원리금 상환부담을 나타낸다. 따라서 DTI 상한에 제약을 받는 차주가 이를 벗어나 원하는 만큼의 대출을 얻기 위해서는 원리금 상환부담을 줄이는 방법 외에는 없다. DTI 상한이 도입된 2000년대 초 중반 이후 지속적으로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의 평균 만기가 증가해온 사실에 비춰 DTI 규제가 주택담보대출의 만기 장기화에 기여하고 있음은 분명해 보인다(물론 거치기간을 길게 두는 무늬만 장기대출이 많다는 점은 추가적인 해결 과제이다). 그렇다면 DTI상한이 가계대출을 줄이는가를 따지기 보다는 오히려 장기 주택담보대출상품이 제대로 공급되어 장기로 전환된 소비자의 대출수요를 충족시키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 보다 건설적일 것이다. 요컨대 장기대출상품이 적절하게 시장에 공급되는 경우 차주는 DTI 상한으로 인해 본인의 대출수요를 줄일 필요 없이 그저 만기가 긴 대출을 선택하면 되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LTV외에 DTI를 규제하는 것이 이중 규제가 아닌가 하는 지적이 있어 왔다. 우리나라의 경우 담보가치 대비 대출액 규모를 나타내는 LTV와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이 상당히 낮은 수준이다. 이런 근거에서 추가적인 DTI 상한 규제는 과잉이라는 주장이 제기된 것이다. 하지만 낮은 연체율은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이 소구형 채권이며, 대부분이 일시상환방식이라는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일시상환방식대출은 만기 이전에는 이자만 지불하므로 원리금을 동시에 내는 분할상환방식에 비해 상환부담이 적다. 또한 소구형 채권은 담보회수 이후에도 원리금회수가 완료되지 않은 경우 금융기관의 채권이 소멸되지 않는 특징을 지닌다. 이런 이유에서 우리나라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낮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한편 일시상환방식 대출에서는 만기 이전에는 원금상환이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금융기관의 원금회수의 위험이 크다. 따라서, 원금상환위험을 줄이기 위해 금융기관은 LTV상한을 낮추고 단기 대출을 제공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낮은 LTV와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을 우리나라 주택금융시장의 안정성에 대한 증거로 보기는 어렵다. 또한 대공황으로 가계 도산이 속출하던 1920년대 미국주택금융시장이 현재의 우리 상황보다 그리 열악한 것은 아니었다는 역사적인 경험에 비추어 더욱 그러하다.
DTI는 본래 차주의 부채부담능력을 측정하는 지표의 하나이다. 그러므로 이 지표를 대출 결정시에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는 궁극적으로는 금융기관이 결정할 사항이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논의를 종합해 보면, DTI 규제는 여전히 금융안전판으로서 제 역할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주택담보대출시장의 장기화에도 기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따라서 정부는 현재의 DTI 규제를 적어도 당분간은 유지하면서 장기주택담보대출시장의 공급 측 제약요인을 살피고 이를 해소하는데 정책의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허석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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