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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은퇴식/ 34년간 훨훨 바람의 아들 아듀~ 그라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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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범 은퇴식/ 34년간 훨훨 바람의 아들 아듀~ 그라운드

입력
2012.05.27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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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아들'이 떠나던 날, 26명의 이종범은 가슴 짠한 승리를 그에게 헌정했다.

한국 프로야구가 낳은 불세출의 스타플레이어 이종범(42)이 34년의 야구 인생을 마감하고 정든 그라운드와 작별했다. 이종범은 26일 광주구장에서 열린 은퇴식 고별사에서 "팬들이 보내주신 환호와 함성은 영원히 가슴에 남을 것이다. 분명히 약속할 수 있는 것은 앞으로도 KIA에서 그라운드를 지키는 것이다. 언젠가 타이거즈의 유니폼을 다시 입고 만나겠다"고 팬들 앞에 약속하며 뜨거운 눈시울을 적셨다.

유격수로 시작해 전 포지션을 두루 거친 이종범의 마지막 무대는 투수였다. 이날 마운드에 선 이종범은 시타자로 나선 아들 정후(휘문중)군을 향해 힘껏 공을 뿌리며 현역 생활의 피날레와 성대한 은퇴식의 시작을 알렸다. 경기가 끝난 뒤 광주구장의 조명탑이 모두 꺼졌고, 관중들의 손에 하나씩 쥔 이종범의 등번호 '7'모양의 형광봉만이 반짝였다. 이종범이 패러글라이딩으로 광주구장에 내려 오자 현역 시절 그의 발자취를 담은 영상물이 상영되는 등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이어 이종범의 땀이 짙게 배인 그라운드의 흙이 전달됐다. 광주구장을 비롯해 광주 서림초, 충장중, 광주일고, 건국대, 주니치 구장에서 채집한 흙이 모두 포함됐다.

이날 은퇴식에는 이종범이 거친 모교 감독과 김응용, 김성한, 선동열 감독 등 타이거즈의 '전설'들이 함께 했다. 이종범은 자신의 유니폼을 김조호 KIA단장에게 반납했고, 김 단장은 관중들 앞에서 등번호 7번의 영구 결번을 선언했다. 선 감독의 18번에 이어 타이거즈 역사상 두 번째 영구 결번이었다. KIA가 양해영 한국야구위원회 사무총장에게 전달한 이 유니폼은 한국야구박물관에 전시될 예정이다. 경기 전 팬사인회를 할 때부터 눈시울을 붉혔던 이종범은 자신의 응원가를 연호하는 관중들의 외침에 참았던 눈물을 터뜨렸다. 경기장을 가득 메운 팬들의 흐느낌도 곳곳에서 들렸다.

이종범의 헌정경기에서 KIA 선수들은 모두 등번호 7번에 이종범의 이름이 새겨진 유니폼을 입고 LG에 6-5로 짜릿한 재역전승을 거둬 은퇴식의 극적 묘미를 더 했다. 모두 이종범처럼 잘 쳤고, 이종범처럼 잘 달렸고, 이종범처럼 수비를 잘했다. 이종범은 선수단의 헹가래를 받은 뒤 일일이 포옹을 나눴고, 카퍼레이드를 끝으로 마지막 광주구장의 밤을 보냈다.

한편 KIA는 이종범의 향후 거취에 대해 "올 한 해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낼 계획"이라면서 "쉬면서 그 동안의 야구를 돌아보고 앞으로 어떤 인생을 살아갈지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성환희기자 hhsu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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