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마리아 아베마리아 오 아베마리아."
부처님 오신 날을 하루 앞둔 27일 낮 12시 서울 명동성당 대성전 교중(敎中)미사 도중 묵상시간에 '아베마리아'가 울려 퍼졌다. 천사 가브리엘이 예수 탄생을 예고하기 위해 나사렛의 마리아 집에 들어가 '은총이 가득하신 마리아여. 기뻐하소서.(루카복음)'라고 했던 라틴어 인사말에 이탈리아 작곡가 줄리오 카치니가 곡을 붙인 찬송가다.
노래를 부른 이는 비구니 정율 스님. 자신이 직접 가사를 쓴 찬불가 '향심(向心)'도 이어졌다. 미사에 참석한 1,000여명의 신자들은 노래가 끝나자 우레 같은 박수로 화답했다.
정율 스님은 1988년 예비 스님인 사미니 때 처음 무대에 선 뒤 사찰은 물론 성당과 공연장 등에서 1,000여회의 크고 작은 공연을 해온 한국 불교계의 대표적 성악가 스님이다. 천주교ㆍ불교ㆍ원불교 여성 수도자들의 음악모임인 '삼소(三笑)음악회'를 통해 종교간 장벽을 허무는 활동에도 진력해왔다. 이날 명동성당 공연은 삼소음악회에서 함께 공연해 온 한 수녀가 지난해 말 요청해 우여곡절 끝에 이뤄졌다.
정율 스님은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로 교리의 틀에 갇혀 서로 벽을 쌓을 필요가 없다"며 "다른 사람의 부모도 내 부모처럼 중요하다는 마음으로 다른 종교를 포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부처님 오신 날에 정진석 추기경님이 조계사에 오셔서 축하 말씀을 해주시는데 전날 제가 명동성당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의미가 있지 않을까 해서 이 자리에 오게 됐다"고 덧붙였다.
천주교 서울대교구는 25일부터 명동성당 입구에 현수막을 내거는 등 부처님 오신 날 봉축 인사를 하고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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