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이 심상찮다. 미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이 심리적 저항선을 잇따라 뚫고 연중 최고점을 경신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의 '시장개입 자제' 경고로 당국의 정책대응 폭도 좁아질 전망이다.
현재 외환시장의 가장 큰 불안 요인은 '그리스 위기'를 비롯한 유로존 위기다. 위기 당사국은 물론이고 주변 유로존 회원국조차 적절한 해소책을 내놓지 못해 불확실성만 더하고 있다. 그 여파는 지난 주말까지 연속 18일째 이어진 한국증시의 외국인 순매도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지난 2일부터 25일까지 하루도 빼놓지 않고 순매도를 기록해 3조9,736억 원의 자금이 이탈했다. 이 가운데 3조원 가까이가 유럽계 자금이어서 유로존 위기가 직접적 배경임을 말해준다.
유럽계를 비롯한 해외자금의 이탈은 국내 외환수급에 이중의 부담을 지운다. 자금 이탈을 위한 외환 수요를 늘리는 것은 물론이고, 유로존 위기로 달러 선호 추세가 강해진 결과 원화 가치의 직접적 지표인 달러화의 급등을 곧바로 자극한다.
서울 외환시장의 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 1,185.50원까지 뛰어올라 연중 최고치를 갈아치웠다. 국내의 달러 확보 수요에 덧붙여 역외 달러 매수세까지 유입된 결과다. 지난해 10월 6일 이래 7개월만의 최고치에 이른 달러 환율은 다른 간섭요인이 없다면 순식간에 1,200원을 넘어서리란 전망이 무성하다. 가파른 환율 상승을 제약해 온 외환당국의 개입 여지도 줄어들 전망이다. 최근 미 재무부는 의회에 제출한 보고서를 통해 "한국이 외환시장에 계속 개입하고 있다"며 "개입을 자제하도록 거듭 압박할 것"이라고 밝혔다.
총 외채가 처음으로 4,000억 달러를 훌쩍 뛰어넘었다는 지난주 한국은행의 발표에 대해 기획재정부는 단기외채 비중이 33.1%로 오히려 개선됐고, 순 대외채권도 늘어나고 있다는 인식을 보였다. 그러나 이런 총량적, 구조적 안정도 시장 변동성이 커지면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 따라서 시장동향을 면밀히 점검해 기민한 대응 의지를 시장에 확인시킬 필요가 있다. 지금이 바로 그럴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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