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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올랑드 취임2주, 변화의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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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올랑드 취임2주, 변화의 바람

입력
2012.05.27 1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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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를 부정하고 냉소적으로 보는 사람에게는 선거나 지도자의 교체가 의미 없는 일일 수 있다. 누가 정치를 하든 그게 그것일 테니 선거에 혹은 정치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다. 한국 사회에서도 적지 않은 사람이 차가운 표정으로 정치를 비웃는데 그런 냉소를 깨려면 역시 정치가 무언가 구체적인 변화를 보여주는 수 밖에 없다. 한국은 아니지만 지금 프랑스에서 정권이 바뀐 뒤 재빠른 변화가 일어나고 있고 그것이 국제사회에 긴장감을 일으키고 있다.

프랑수아 올랑드는 대선을 치른 지 불과 9일만에 대통령에 취임했다. 대선 몇 달 뒤 온갖 호사를 과시하며 열리는 미국식 대규모 취임식과는 애초부터 거리가 멀었다. 올랑드는 유명인이 거의 참석하지 않은 간소한 취임식을 치른 바로 그날 독일로 날아가 앙겔라 메르켈 총리를 만났다. 프랑스로 다시 돌아와서는 깜짝 놀랄 내각을 발표했다. 각료 34명 가운데 17명을 여성으로 기용, 성평등 내각을 구성한 것인데 북유럽 일부 국가에 여성 과반 내각이 있지만 프랑스가 남녀동수 내각을 구성한 것은 처음이다. 올랑드 대통령은 자신과 전 각료의 보수를 30% 삭감하기로 하고 나아가 깨끗한 정치를 하겠다며 각료윤리헌장을 발표했다.

올랑드의 바람은 나라 밖에서도 거세다. 취임식 날 독일로 건너갔던 그는 다시 미국을 방문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회담하고 주요8개국(G8) 정상회의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에 연이어 참석했다. G8 정상회의에서는 성장 정책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긴축론에 제동을 걸었다. NATO 정상회의에서는 아프가니스탄 주둔 프랑스군을 올해 말까지 철수하겠다고 해 2014년 철군 로드맵을 밝힌 오바마를 당황케 하고 프랑스가 미국 뜻대로만 움직이지 않겠다는 점을 은근히 보였다. 23일 열린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는 유럽 재정위기의 해법으로 유로채권의 도입을 주장해 메르켈 총리와 다시 각을 세웠다.

취임 후 올랑드의 행보는 언론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았다. 그런데 그의 발언이나 정책 과정을 보면 사실 유별나다고 할 수는 없다. 니콜라 사르코지 전임 대통령의 잘못 혹은 아쉬운 점을 뒤집어 자기정책으로 만들었기 때문이다. 사르코지 역시 성평등 내각 구성을 약속했었다. 하지만 첫 내각 각료 15명 가운데 7명만 여성을 기용, 남녀동수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능력있고 청렴한 인물을 장관으로 기용하는 게 중요하겠지만 어쨌든 사르코지는 약속을 어겼고 올랑드는 그것을 지켰다. 올랑드의 보수 30% 삭감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2007년 취임 후 보수를 170% 올린 것을 거꾸로 실천한 것이고 각료윤리헌장은, 사르코지 대통령이 정치자금 수수 등으로 수차례 논란을 일으킨 것과 대비된다. 긴축보다 성장을 강조하는 것도, 메르켈과 찰싹 붙은 사르코지의 정책을 그대로 뒤집은 것이다. 조지 W 부시 전 미국 대통령은 전임 빌 클린턴 대통령의 정책을 뒤집어 비판을 받았지만 올랑드는 그것으로 반향을 일으켰다.

올랑드의 바람이 언제까지 불지는 예상하기 어렵다. 비록 사회당 정권이라 해도, 프랑스가 서방의 중요한 일원이라는 점에서 미국, 유럽 혹은 자본주의권의 이해와 완전히 다르게 가는 것은 애당초 불가능하다. 경제가 나쁘고 재정 여력도 적기 때문에 하고자 하는 정책을 100% 다 할 수 있을지도 장담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그 역시 한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올랑드가 없었다면 긴축과 성장이라는, 유럽재정위기 해법을 둘러싼 논쟁이 지금처럼 치열하게 전개되기 어렵다. 성평등 내각이라는 낯선 개념의 정부 구성을 선보여 남성 위주의 사회를 돌아보게 한 것도 그가 대통령에 당선된 뒤 나타난 변화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올랑드 정부에 대한 기대는 한동안 가져볼 만하다. 구시대적 이념대결과 지역감정과 가부장의 굴레를 아직 떨치지 못한 한국에서도 세계인의 주목을 받는 변화의 정치인이 탄생했으면 하는 기대를 가져본다.

박광희 국제부장 kh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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