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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 맞은 듯… 이렇게 두꺼운 원전 벽이 날아가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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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격 맞은 듯… 이렇게 두꺼운 원전 벽이 날아가다니"

입력
2012.05.27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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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해가 거의 철거되지 않아 사고 당시 그대로다. 폭격 흔적을 보는 듯 하다. 배관은 심하게 구부러졌고 녹슨 철골은 흉물처럼 방치돼있다. 이렇게 두꺼운 벽이 (수소폭발로) 날아가버렸다니 믿을 수 없다.”

지난해 3월 수소폭발과 함께 대규모 방사능 물질 유출사고를 일으킨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원자로 건물 내부가 언론에 공개됐다. 일본 정부와 도쿄(東京)전력이 호소노 고시(細野豪志) 원전담당장관의 수행 취재 형식으로 26일 일부 언론에 원자로를 공개한 것이다. 사고 수습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었지만 현장을 둘러본 기자들은 대규모 지진이 날 경우 최악의 참사가 재발할 수 있다고 걱정했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원자로 4호기는 사고 당시 정기점검을 위해 가동이 중단된 상태여서 원자로 내 핵연료가 연료저장탱크에 보관돼있었다. 당시 가동 중이던 1~3호기에 비해 방사능 물질 유출이 적었던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그럼에도 이날 기자들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 4호기 건물 입구의 방사선량은 시간당 120마이크로시버트(mSv)까지 치솟았다. 지하1층, 지상5층의 원자로 건물은 수소폭발로 지붕과 4,5층 벽이 사라져 버렸다. 1층 내부에는 콘크리트 파편이 널브러져 있었고 배선과 배관이 노출돼 있었다. 배관과 밸브가 밀집한 2층 통로에서는 방사선 수치가 시간당 500mSv를 기록했는데 이는 이곳에 2시간 있을 경우 일반인이 받는 1년 피폭량에 해당한다.

도쿄전력은 잦은 지진으로 지반이 약해져 원자로가 통째 기울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에 따라 최근 콘크리트와 철근으로 4호기 바닥보강작업을 마쳤다. 하지만 현장의 기자들은 도호쿠(東北) 대지진에 버금가는 지진이 다시 일어나면 원자로가 견디지 못해 쓰러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4호기의 붕괴가 두려운 것은 이 건물 5층에 위치한 사용후 연료저장탱크에 1,535개의 사용후 핵연료봉이 보관돼있기 때문이다. 일반 원전 3기분에 해당하는 양이다. 전문가들은 “전원이 끊어지는 등 4호기에서 사고가 나면 핵연료봉이 재임계할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해 사고 이상의 방사능 물질 유출로 이어지는 최악의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본 언론은 “4호기의 상황이 이 정도라면 방사능 물질 유출이 많았던 1~3호기는 더 위험할 것”이라고 전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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