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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건설사 임직원, 삼중고에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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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견 건설사 임직원, 삼중고에 운다

입력
2012.05.27 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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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주택경기 침체로 중견 건설사들의 경영 위기 골이 깊어지면서 임직원들이 이중 삼중의 고통을 입고 있다. 임금 체불과 정리해고도 모자라 미분양 떠안기로 자칫 신용불량자로 내몰릴 위기에 처한 이들도 적지 않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중견 건설사 상당수가 워크아웃이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가는 등 생존 갈림길에 서면서 임직원들은 언제 잘릴지 모르는 고용 불안과 임금 체불 등으로 극심한 생계 위협을 받고 있다.

워크아웃 중인 중견 건설업체 A사는 직원 수가 400명에서 170여명으로 급감했고, 그나마 남은 직원들은 최근 4개월간 월급을 받지 못했다. 또 다른 중견 업체 B사는 재작년부터 채권금융기관에서 2,000억원 넘는 자금을 지원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자금 경색이 풀리지 않으면서 직원들 월급이 벌써 6개월째 끊긴 상태다. A사 한 직원은 "건설경기 침체에다 신규 사업까지 중단되고 금융권의 자금줄까지 막히면서 중견 건설업체가 고사할 지경"이라며 "건설업계 불황의 여파가 고스란히 임직원들에게 전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임직원들을 더 큰 고통으로 내몰고 있는 것은 회사로부터 반(半) 강제적으로 떠 안은 미분양 주택이다. 회사의 강매로 미분양을 떠안아 수억원의 빚을 지는 경우는 다반사다. 2009년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간 C건설사는 계약률을 높이기 위해 임직원 명의로 회사 소유분 미분양 주택을 1~3채씩 떠안겼다. 여기서 나온 금융권의 중도금 집단대출을 회사 운용자금으로 활용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금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최근 부도와 법정관리로 이어졌다. 임직원들이 떠안은 미분양은 모두 합해서 600채 가량. 분양가로 치면 어림잡아 1,800억~2,000억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하지만 회사가 법정관리 절차를 밟고 있어 자칫 회사가 대납했던 중도금과 대출 이자금 등 수억원씩을 모두 전ㆍ현직 임직원들이 떠안을 판이다. 특히 퇴직 직원들 중 상당수가 회사로부터 떠안은 미분양 중도금 이자가 월 200만원에서 많게는 700만원에 달하는 처지. 한 퇴직 직원은 "한 두 달만 상황이 더 이어진다면 이자를 갚지 못해 신용불량자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중견 건설업체들의 미분양 떠넘기기는 이미 5~6년 전부터 생긴 업계의 나쁜 관행. 하지만 회사가 요구할 경우 인사고과 반영 등 조직 생활을 위해 직원들이 쉽게 거부할 수 없는데다, 당사자간 계약이기 때문에 법으로도 금지할 방법이 없다는 점 때문에 이런 악습은 근절되기는커녕 점점 더 확대되는 양상이다.

결국 부실경영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떠넘기는 사주, 채권 회수에만 열을 올리는 채권단, 그리고 중견 건설사의 붕괴를 수수방관하는 정부의 무책임 속에 임직원들의 피해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는 것이다. 민주노총 건설산업연맹 건설기업노동조합연합 관계자는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임금체불과 부당해고, 미분양 아파트 전가 등 직원들에 대한 책임전가를 막을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태훤기자 besam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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