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 같은 월요일 연휴. 주차장을 방불케 하는 나들이 차량 행렬 속에 사찰을 찾았던 이들은 과연 몇이나 될까 공연한 생각도 해보게 되는 날. 간혹 산에 오르게 되면 그 근처 어딘가에 혹 사찰이 있는지 그것부터 찾는 나다. 그러고는 그 사찰 앞에 세워져 있는 안내문을 꼼꼼히 읽어 내려가게 되는 나다.
아무리 생각해도 전국의 오랜 사찰이 내겐 다 불가사의여서 그렇다. 첩첩 산 속 이 깊은 와중에 그 무슨 재주로 뼈대를 잡고 대문을 세우고 마루를 펼치고 지붕을 올렸단 말인가. 그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침묵 속에 무던히 흘러가고 흘러왔을 시간, 그 무색무취를 바람에 빗대니 명징하게 남는 한 단어는 분다, 라는 말뿐이다.
왜 사냐는 물음에 바람이 부니까, 라고 한다면 그게 글쎄 건방이 되고 마려나. 하루는 돈가스가 맛나다는 성북동의 한 기사식당으로 밥을 먹으러 갔는데 옆 테이블에 물 한잔 앞에 놓고 계시던 한 스님이 대뜸 그러시는 거였다. 머리 깎을 팔자구먼. 네? 저요?
일행들 사이에서 얼굴 빨개진 나, 임기웅변이랍시고 플라스틱 빈 접시 하나를 대번에 머리에 얹었다. 스님, 저 뒤통수가 납작 쟁반이라 머리 못 깎아요. 보세요, 한번 만져보실래요? 모두가 웃어댔던가, 접시가 떨어졌던가. 소란이 인 사이 스님은 간데없으셨고 민망함에 고무줄로 묶었다 풀었다 애꿎은 머리카락만 갖고 놀던 내가 있었다. 스님도 참, 머리는 아무나 깎나요.
김민정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