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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인체조직 기증을 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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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Story/ 인체조직 기증을 아시나요

입력
2012.05.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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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은퇴교장·의사·회사원 3人이 말하는 희망

"주변에 잠자고 있는 자원(?)이 엄청나게 많아요. 사돈의 팔촌까지 따져보니 52명이 되는데 인체조직 기증을 제대로 알리면 얼마든지 기증자가 될 수 있는 사람들입니다. '그게 뭐냐'던 사람들도 취지를 설명하면 백이면 백 다들 고개를 끄덕이지요."

23일 서울 용산구 한국인체조직기증재단 사무실에 나이도 직업도 다른 세 사람이 바쁜 시간을 쪼개 발길을 했다. 교직에서 은퇴한 안동국(77)씨, 근무 중 잠시 짬을 낸 아주대병원 중환자실장 이영주(64) 교수, 그리고 회사원 이현승(34)씨다. 이들의 공통점은 인체조직 기증 희망자라는 것. 한국에서 50만명 당 1.5명 꼴인 인체조직 기증자 찾기가 벼락 맞을 확률(50만분의 1)과 비슷하다고 치면 이들도 그만큼 희귀하고, 가치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야 할까.

인체조직 기증은 등록한 사람은 물론, 아는 사람도 많지 않다. 사후 시신으로부터 뼈, 피부 등을 떼어 필요한 환자에게 이식하는 인체조직 기증은 장기 기증보다 혜택범위가 넓은데도 시신 훼손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외면받고 있다.

"또래 노인들에게 기왕 죽는 것, 나 한 사람으로 수십 명의 생명을 살릴 수 있다고 하면 거리낌없이 기증서에 서약을 합니다." 2000년 서울 녹천초 교장에서 정년퇴임한 안씨는 자ㆍ타칭 '인체조직 기증 홍보대사'다. 안씨의 설득에 매달 2명 정도 기증 서약을 한다. 안씨는 퇴직 교장들의 모임인 한국교육삼락회총연합회를 통해 2010년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의 인체조직 기증 홍보 교육을 받은 뒤부터 이렇게 열성적이다. 안씨는 "대개 나이든 사람들은 보수적이어서 거부감을 느끼지만 설명을 하면 그런 인식이 바뀐다"고 말했다.

중환자실에서 뇌사자가 발생할 경우 장기 적출 때까지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는 이영주 교수는 "창피하지만 의사들조차 장기나 인체조직 기증에 서명한 사람들이 많지 않다"고 고백했다. 이 교수는 "인체조직 기증은 더더욱 잘 알지 못해 권유하면 화를 내는 유가족들도 있다"며 "지난 4년간 우리 병원에서 89명이 장기를 기증했는데 이중 3분의 1인 29명만 인체조직 기증에도 동의했을 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장기 기증은 새 생명을 살린다는 의식이 확산되어 있지만 인체조직에 대해서는 이런 인식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벤처기업에서 일하는 이현승씨는 희귀한 30대 기증 서약자다. 청년층은 죽음과 사후에 대해 상대적으로 멀게 느끼는 탓이다. 이씨는 "우연히 영화 속 주인공이 신체 일부를 기증하는 것을 보고 인체조직 기증을 생각하게 됐다"며 "어떻게 신청하는지 몰라 마음만 갖고 있다가 지하철에서 광고를 보게 됐다"고 말했다. 자신처럼 몰라서 못하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어 이씨는 기증을 약속하고 받은 희망등록증을 지갑에 넣고 다니면서 틈날 때마다 내보인다. 하지만 "아직 기증하겠다고 나서는 친구는 못 봤다"며 아쉬워했다.

이씨는 인체조직 기증은 단순히 수명을 연장하는 것이 아니라 행복한 삶을 되찾아주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씨는 "갑자기 실명한 사람에게 기증자의 각막을 이식한다면 새 삶을 찾게 해주고, 행복하게 살아오던 삶을 연장해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안상수 한국인체조직기증재단 홍보교육팀장은 "현재 인구 100만명 당 3명꼴인 인체조직 기증자 수가 20명은 돼야 수입하지 않고 국내에서 수급균형이 이뤄진다"고 지적했다. 재단은 대학 축제 기간 동안 한양대와 서울시립대, 경북대, 원주 연세대에서 인체조직 기증에 대해 홍보하고, 기증 서약을 받는 '생명나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1544-0606, www.kost.or.kr)에서 등록이나 문의를 할 수 있다. 서약자 사후 인체조직 기증 시 유가족 1명 이상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에 가족에게 기증 의사를 알려두어야 한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 벼랑 몰리는 생명… "이식, 한시가 급한데" 절규

지난 22일 인천국제공항. 화상 입은 20대 몽골인 남성이 입국검사대를 통과했다. 온몸의 절반 이상을 불에 덴 소방관이다. 공항에는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 의료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서둘러 환자를 응급실로 이송하고 바로 다음날 수술에 들어갔다. 화상으로 손상된 피부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사체(死體) 피부를 이식했다.

시간이 생존과 예후를 좌우하는 화상 환자가 먼 타국까지 온 이유가 뭘까. 몽골 현지에서 이식할 피부를 구하지 못해서다. 설사 구했다 해도 제대로 쓸 줄 아는 의료진이 거의 없어서다. 베트남이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그래서 이 나라들의 많은 화상 환자들이 이식기술이 뛰어나고 인체조직 구하기도 어렵지 않은 한국으로 수술 받으러 온다.

이식이라고 하면 흔히 '장기'를 먼저 떠올린다. 하지만 이보다 훨씬 흔하고 광범위하게 의료계에서 쓰는 것은 '조직' 이식이다. 피부와 뼈, 연골, 인대 같은 조직들은 장기처럼 공급이 부족하지는 않다. 국내 기증으로 모자라면 수입으로 메울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수입이 78%로 대부분이라는 점이다. 안전성에 대한 불안이 가시지 않는다. 그래서 의사도 환자도 '우리' 조직을 선호한다. 하지만 조직을 기증하겠다는 사람은 2005년부터 계속 줄고 있다. 기증문화는 뒷걸음이다.

뼈와 피부가 가장 많이 쓰여

"중화상 환자는 피부이식이 생명을 좌우하지요. 불에 데어 손상된 피부는 6, 7일 정도 지나면 몸 속에 있던 균에 감염되기 시작하니까요. 그 전에 빨리 벗겨내고 사체에서 얻은 피부를 붙여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환자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습니다."

몽골인 소방관을 치료 중인 전욱 한강성심병원 화상센터장(한림의대 화상외과 교수)의 설명이다. 손상 부위에 붙인 사체피부는 얼마 안가 떨어진다. 환자의 몸이 면역력을 회복하면서 이물질로 인식해 혈관을 막아버리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 환자 자신의 몸에서 떼낸 자가피부를 다시 이식한다. 자가피부가 모자라면 환자의 피부세포를 배양해 만들어야 한다. 진짜 자기 피부를 되찾기 전까지 사체피부가 일시적으로 피부 역할을 대신해주는 것이다.

영구적으로 이식하는 경우도 물론 있다. 이럴 땐 사체피부에서 살아 있는 세포를 모두 없애고 얼려둔 조직을 쓴다. 환자 상태나 필요량 등에 따라 인체조직을 다양하게 가공해서 활용한다는 얘기다. 전 센터장은 "사체피부 약 8,000㎠를 늘려 화상 환자 몸의 약 1만6,000㎠에 이식한 적도 있다"며 "성인의 체표 면적이 1만8,000~2만㎠이니 거의 전신을 덮은 셈"이라고 말했다.

정형외과나 치과에도 인체조직이 없으면 안 된다. 종양이나 감염, 외상 등으로 뼈 일부가 손실되거나 제거됐을 때 기증 받은 사체 뼈나 수입 뼈 조직을 끼워 넣는다. 정양국 서울성모조직은행장(서울성모병원 정형외과 교수)은 "인공관절 수술 후 합병증으로 주변의 뼈가 녹을 때나 골절된 뼈가 잘 붙지 않아 틈새를 메워야 할 때도 뼈 조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치과에선 임플란트(인공치아)를 하기 전 이를 받쳐줄 수 있는 잇몸뼈가 없으면 먼저 뼛가루를 이식한다. 손동석 대구가톨릭대 치과 교수는 "임플란트 환자의 약 40%가 뼈 이식이 필요하다"며 "뼛가루 이식 후 잇몸살이 침투하는 걸 막거나 잇몸병 때문에 잇몸이 내려앉는 바람에 노출된 뿌리를 보호하기 위해 심장 외막 같은 인체조직을 덮어 씌우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의료현장에서 쓰는 인체조직은 피부와 뼈를 비롯해 연골, 인대, 건, 혈관, 심장판막, 양막(태아를 둘러싸고 있는 막), 근막(근육이나 장기를 싸고 있는 막) 등 크게 9가지다. 가장 많이 쓰는 조직은 뼈로 2010년 국내에서 유통된 인체조직의 77% 이상을 차지했다. 피부와 건, 연골이 차례로 뒤를 잇는다.

"품질 보증된 국산조직 늘어야"

인체조직은 사용량이 적은 혈관이나 판막의 경우 국내 기증으로 거의 충당한다. 양막은 안과에서 눈 표면 질환 환자에게 이식하는데, 2010년 사용량 1,988개 중 110개를 제외하고 모두 국내에서 얻었다.

그러나 사용량이 많은 뼈나 피부는 국내 기증분만으로는 어림도 없다. 환자 대부분이 수입조직을 이식 받는다고 봐도 된다. 자체적으로 조직은행을 만들어 기증 받은 국산조직을 확보하고 있는 종합병원도 외부 수입업체나 가공업체에서 많은 물량을 공급받는다.

하지만 의사들은 대부분 국산조직을 선호한다. 품질과 안전성을 믿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수입조직은 대부분 미국이나 유럽 등 현지에서 기증 받은 조직을 국내 업체가 들여와 가공해서 병원으로 공급한다. 수출하는 쪽에서는 젊은 사체에서 얻은 질 좋은 조직을 자국민에게 우선 쓰고, 남는 조직을 다른 나라에 팔 수도 있다. 전 센터장은 "가공과정을 거치고 나면 구분이 잘 안 되지만, 원형 그대로 얼려 놓은 동결보존 피부조직은 사체의 나이나 건강상태 등에 따라 질 차이가 확연히 난다"고 말했다. 젊?건강한 사체에서 얻은 조직이 이식 후 재생능력도 뛰어나다는 얘기다.

기증조직 관리가 잘 돼 있는 외국 기관에선 수출하는 조직마다 바코드를 붙여 나이나 사망원인 등 기증자의 정보를 기록해둔다. 이 경우 시술한 뒤 문제가 생겨도 역추적할 수 있다. 그러나 기증자 정보가 확실하지 않으면 조직 이식을 통해 생전에 그 기증자가 앓던 병에 감염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 인체조직 수입업체 관계자는 "값이 턱없이 싼 수입 조직은 어디서 얻었는지 알 수 없는 것들도 있다"며 "경영이 어려운 병원으로서는 이런 조직이라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수입조직이 가격이 더 비싸고 뼈 같은 경우 한국인 체형에 맞지 않아 바로 이용하기 불편한 점도 있다. 인체조직 가격은 병원이나 수입업체 등이 마음대로 정하지 못하도록 보건당국이 관리하는데, 국내에서 기증 받아 병원이 보관하고 있는 조직은 수입조직 가격의 70%로 정해져 있다. 정형외과에선 뼈를 원형 그대로 이식하기도 하지만, 손상 부위 모양이나 상태에 따라 가공해서도 쓴다. 정 은행장은 "뼈는 특히 크기나 모양 등이 환자에게 잘 맞는 걸 골라야 하는데 한국인과 체형이 다른 수입 뼈는 맞추기 쉽지 않을 때가 있다"고 말했다.

수입조직 사용량이 많을 경우 일시적으로라도 수입에 문제가 생기면 시술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전 센터장은 "실제로 이라크전쟁 당시 미국의 국내 수요가 늘어나 한동안 수입이 어려웠다"고 말했다. 결국 이 같은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국내 인체조직 기증을 더욱 활성화하는 방법밖에는 없다. 정 은행장은 "장기적으로는 품질이 보증된 국내 기증 조직이 계속 늘어야 더 많은 환자들이 안정적인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임소형 기자 precare@hk.co.kr

■ "나무뼈등 이용 기증자 생전 모습 훼손 최소화"

일반인들이 인체조직 기증을 선뜻 받아들이지 못하는 이유 중에는 시신이 파헤쳐지고 훼손이 심할 것이라는 편견 때문이 크다. 그러나 인체조직 기증 과정을 잘 살펴보면 이는 오해에 불과하다.

뼈를 떼어낸 곳에는 나무로 만든 인공 뼈를 넣고, 피부는 봉합하며 얼굴도 온전하다. 인대, 건, 근육 일부 등이 적출된 자리에는 탈지면 등을 넣어 부피를 원형대로 복구하고, 최대한 본래 그대로의 모습으로 장례를 치를 수 있도록 배려한다.

일단 사망자가 발생하면 일반적으로 사후 15시간까지, 12시간 이내에 냉장보존이 됐을 때는 사후 24시간까지 인체조직 기증이 가능하다. 기증이 확정된 시신은 조직은행에 있는 시설로 옮겨져 임상병리사 등이 조직적출 작업을 한다. 전문의들이 이식에 적합한지를 판단해 필요한 부분만 적출한다. 기증이 허용된 인체조직은 피부, 뼈, 인대, 건, 심장판막, 혈관, 근막 등 9개이며, 각 조직마다 연령제한 등 조건이 있다.

적합한 부분을 모두 떼어낼 경우엔 15~20㎏이 적출된다. 뼈는 팔ㆍ다리의 큰 뼈 위주로 적출되며, 피부는 등처럼 넓은 부위 위주로 떼어내기 때문에 시신 손상이 심하지 않다. 얼굴에서는 별도로 적출되는 부분이 없다.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는 유가족들에 대한 예우를 위해 장례절차를 돕기도 하고 수의를 입힌 시신을 접견하도록 한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빈곤층 기증자에 대해서는 일부 장례비 지원도 해준다. 또 유가족들이 인체조직기증 사실을 숨기지 않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유가족 행사도 기획하고 있다.

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정행식 장례지도사는 "매장을 하든지, 화장을 하든지 시신은 결국 훼손되기 마련"이라며 "미생물, 벌레에 의해서 신체가 훼손되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듯이 조직이 보다 온전할 때 다른 사람을 살리는데 쓰일 수 있다면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기증자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인체조직으로 가공 업체들이 수익을 남기는 사실에 거부감을 갖는 이들도 있다. 하지만 채취한 인체조직에서 지방ㆍ혈액세포 등을 제거하고 보존처리하는 비용이 들기 때문에 가공 업체의 인건비ㆍ가공비용 등을 감안해 건강보험에서 가격을 책정하고 있다. 그러나 가공 업체는 수익을 남길 수밖에 없어 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등에서는 단순 가공의 경우 비영리 기관에 맡겨야 한다고 개선을 요구하고 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 절망 벗어난 생명… "조금만 더 늦었어도" 안도

"자기 신체의 일부를 주고 떠난다는 건 정말 대단한 일입니다. 내게 피부를 주고 가신 그 대단한 분께 정말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어요."

서울 영등포구 한강성심병원에 입원 44일째인 24일 김대영(42)씨의 온몸은 여전히 화마의 상처로 얼룩져있었다. 불에 익은 얼굴 피부는 한꺼풀 벗겨지고 새살이 돋는 중이었다. 광주 고철 재활용 업체에서 일하던 김씨는 지난 4월 11일 발화성 가스가 차 있던 드럼통을 불꽃으로 절단하다 폭발, 몸 30%에 3도 화상을 입었다. 3도 화상은 10%만 넘어도 생명에 지장을 준다. 지역의 병원에서는 "손을 쓸 수 없다"고 해 응급처치만 받은 채로 서울로 올라와 3번의 수술을 받았다.

눈, 코, 입만 내놓고 머리를 붕대로 칭칭 감고, 무통 주사를 맞고도 고통에 몸부림치던 때에 비하면 "기적 같은 일"이지만 김씨의 겉모습은 예전처럼 말끔하지는 않다. 화상이 깊은 자리마다 새살이 돋을 때까지 수분 증발과 감염을 막기 위해 기증자로부터 받은 피부를 임시로 덮어뒀기 때문이다. 자가피부이식을 위해 피부를 떼어낸 부위도 검게 변해 있었다. 그는 "다른 화상환자들을 보면 피부 이식을 받은 사람과 받지 않은 사람 간의 회복 속도가 다르다"면서 "피부 이식을 받으면 회복도 빠르고, 그만큼 병원비도 줄일 수 있다"며 웃었다.

김씨는 이번 사고로 인체조직 기증에 대해 처음 알게 됐다. 그는 "내가 수혜를 받는 입장이 돼보니까 인체조직 기증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며 "어젯밤 아내와 우리도 인체조직을 기증하자고 얘기했다"고 덧붙였다. 김씨는 "대부분의 인체조직을 외국에서 들여와 쓸 정도로 국내 기증이 많이 부족하다고 하던데 장기 기증처럼 많이 알려졌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약 1년 전 서울성모병원에서 골육종(뼈암) 수술을 받고 오른쪽 무릎 재건수술을 받은 주상우(23ㆍ대전 둔산동)씨도 "인체조직 기증을 해준 분이 없었으면, 제대로 걷지 못했을 것"이라며 감사함을 표시했다. 그는 인공관절이 제대로 자리잡도록 동종골 이식을 받았다. 주씨는 "동종골이 무릎에서 재생돼서 이제 걷는 데 어려움이 없고 최근 취직까지 했다"며 기뻐했다. 그는 "이미 장기이식 서약을 했는데, 인체조직 기증은 그것과는 다르다니 이것도 해야겠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인체조직 이식은 매년 증가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2010년 국내 유통된 인체조직은 25만8,069개로 전년보다 15.6% 증가했다. 화상이나 교통사고로 인한 피부 복원을 위한 피부인체조직 이식이 19.5% 늘었고, 고령화에 따른 퇴행성 질환 증가로 뼈 이식도 14.9% 증가했다. 그러나 국내에서 기증ㆍ채취ㆍ가공된 조직만으로는 수요의 약 20% 정도만 충족하는 수준이다. 나머지는 해외에 의존하는데 가공까지 완료된 인체조직을 수입하거나,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해서 쓴다.

이런데도 국내 인체조직 기증자 수는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뇌사자ㆍ사후기증자는 2008년 158명에서 2009년 149명, 2010년에는 137명에 불과했다. 물론 교통사고 환자를 수술하고 남은 뼈조각 등 살아있는 사람에게서 인체조직을 기증받는 경우까지 합치면 매년 2,000명이 넘지만, 이 경우는 작은 조각들인 경우가 많다.

2010년 화장률이 67.5%에 이르고 지난해에는 70%를 넘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가운데, 병원에서 사망자가 생기면 의무적으로 인체기증의사를 타진하도록 법제화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유족들의 정서도 감안해야 하고,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행정적인 문제도 있어서, 사전 홍보를 통해 기증 희망자를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권영은기자 you@hk.co.kr

■ "유교적 관습탓 기증문화 외면 한사람이 기증땐 150명 혜택"

"한 사람이 사후 인체조직을 기증하면 150명이 새 삶을 살 수 있습니다." 재활의학계 최고의 명의로 꼽히는 박창일(66ㆍ건양대의료원장)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 이사장은 오랜 현장 의료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보다 인체조직 기증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환자를 보면서 인체조직이 부족해 어려움을 겪었던 적이 있나?

"30, 40년 전 전주예수병원에서 정형외과 과장으로 일할 때 척추결핵을 앓던 어린이들 수술을 해야 하는데 이식할 뼈가 없어 아주 고생을 했다. 사고 등으로 절단 후 버려지는 뼈를 얻기 위해 일일이 환자에게 '이 뼈를 다른 환자에게 쓰겠습니다' 부탁을 하고 다녔다. 병원마다 이런 뼈를 추려뒀다가 썼는데 이것도 양이 부족해서 치료시기를 놓치는 경우가 많았다."

-인체조직이 왜 중요한가.

"인체조직에는 뼈, 피부, 인대, 혈관, 심장판막, 연골, 근막, 양막 등이 있다. 특히 화상환자의 경우 급하게 피부를 이식해야 감염으로 인한 사망을 막을 수 있는데 이식할 피부가 굉장히 부족한 실정이다. 운동선수의 무릎 인대 등이 손상됐을 때, 심장이나 간 이식 수술 때도 혈관 등 인체조직이 필요하다."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인체조직 기증이 저조한 이유는.

"미국의 경우 인구 100만명 당 기증자 수가 133명인데 우리나라는 3명에 불과하다.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신체를 훼손하면 안 된다는 유교 사상이 강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이젠 70% 정도가 화장을 하니까 이런 생각도 바뀔 것 같다. 재로 사라질 신체 일부를 기증해 다른 사람의 생명을 살리고, 그 사람을 통해 내 생을 연장한다는 인식의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어떻게 하면 인체조직 기증을 늘릴 수 있을까.

"무엇보다 의료인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환자를 지속적으로 만나는 의사의 설득이 기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가장 크다. 인체조직 기증의 모범사례인 스페인의 경우 의료인이 직접 환자를 설득할 수 있게끔 하고 있고, 국가가 나서서 의료인을 교육시키고 있다. 예비 의사인 의대생을 교육하는 것도 중요하다. 또 기증은 무상이 원칙이지만 조례 등을 통해 기증서약자에게 약간의 혜택을 주는 것도 기증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 같다. 예를 들어 주차요금이나 고궁 입장료를 감면해주고, 이들이 기증을 받게 될 때는 비용을 무료로 해준다든지 하는 식이다."

-제도적으로 미비한 부분은 없나.

"과거 돈을 받고 혈액을 팔기도 했지만 1969년 정부가 공적관리체계를 만들어 이제 혈액은 필요한 누군가를 위한 기부로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다. 인체조직 이식재는 2004년 관련법이 제정됐음에도 불구하고 혈액이나 장기와 달리 가격산정 체계가 불투명하고 부가세가 붙는 등 상품처럼 취급되고 있다. 정부가 공적관리체계를 도입해 상업성을 원천적으로 배제해야 한다. 또 장기와 인체조직 관련법이 나뉘어져 있는데 통합관리가 돼야 한다. 장기와 인체조직은 한 사람에게서 발생하는데 관리 기관은 각각 달라 비용이 이중으로 들고 비효율적이다."

권영은기자 you@hk.co.kr

■ 뇌사땐 장기, 사망땐 인체조직… 기증조직 통합 필요성 대두

"아~ 장기 기증하고 인체조직 기증하고 다른 건가요? 그럼 인체조직 기증도 해야죠."

골육종(뼈암)으로 인해 인체조직을 이식받은 주상우(23)씨조차 장기 기증과 인체조직 기증의 차이를 명확히 알지 못하고 있었다. 하물며 일반인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인체조직 기증에 대한 인식 부족은 장기기증과 인체조직 기증 희망자들의 수치만 봐도 알 수 있다. 장기기증 희망자는 지난해 9만4,245명이었으나, 인체조직 기증 희망자는 24%에 불과한 2만2,428명 등록에 그쳤다.

장기기증은 뇌사자가 대상이고, 인체조직 기증은 사망자가 대상이라는 점이 첫번째 차이다. 만약 장기기증과 인체조직 기증을 연계시켜 동시에 기증 희망자를 받을 경우, 오히려 장기기증 희망자가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통합에 걸림돌이다. 장기는 수입이 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에서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기증자 수에 더욱 민감하다. 그러나 이는 기우이며, 장기기증과 인체조직 기증을 따로 희망하도록 선택권을 주고 홍보조직만 통합해도 인체조직 기증을 더 활성화시킬 수 있다는 반박도 많다.

복지부 관계자는 "2008년 한국인체조직기증지원본부가 출범해 (장기기증과) 이원화됐는데, 법적 근거는 없는 상태이며 장기기증과의 통합에 대한 논의를 더 진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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