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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미선 도로' 국비 없어 아직 공사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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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순·미선 도로' 국비 없어 아직 공사중

입력
2012.05.25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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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이 한일 월드컵 열기에 취해 있던 2002년 6월 13일. 경기 양주시 광적면의 국가지원지방도(국지도) 56호선에서 신효순ㆍ심미선 양이 미군 장갑차에 깔려 숨졌다. 두 소녀의 죽음은 최초의 촛불집회로 이어졌고, 경기도는 2005년 3월 국지도 56호선 일부 구간을 4차로로 확장하는 공사에 착수했다. '효순 미선 도로'로 불리는 이 도로는 당초 2010년 3월 완공이 목표였지만 그 사건 뒤 1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공사 중'이다. 기존 도로로는 효순이와 미선이가 숨진 그날처럼 오늘도 대형차들이 쌩쌩 내달리고 있다.

25일 오후 양주시 광적면 '효순 미선 추모비'에서 국지도 56호선을 따라 양주시 남면 상수검문소 쪽으로 달리자 오른쪽에 새로 만든 콘크리트 구조물들이 나타났다. 국지도 56호선 파주시 법원읍 법원리~남면 상수리 구간에 놓이는 총 길이 10.058㎞, 폭 20m인 '효순 미선 도로'의 일부다. 공사 현장에는 완성된 콘크리트 교각들이 길게 늘어서 있었지만 아직 상판이 연결되지 않은 곳들이 눈에 띄었다. 도로 진입로 앞에는 출입금지가 적힌 표지판들이 놓여 있었다.

시공을 맡은 한화건설에 따르면 현재 공정률은 72%로 교각 등 구조물 시공은 끝났지만 지반공사 일부와 도로포장, 부대공사가 남아있다. 이 길을 자주 다닌다는 한 화물차 기사는 "벌써 7년 넘게 공사 중인데 언제나 끝날 지 모르겠다"며 혀를 찼다.

공사가 질질 늘어지고 있는 것은 바로 돈 때문이다. 국지도는 지자체가 토지보상을 맡고 중앙정부가 시공비를 부담하는 방식으로 건설한다. '효순 미선 도로' 공사에는 1,747억원의 사업비가 산정됐다. 이 중 도비 590억원은 일찌감치 확보돼 토지보상이 끝났지만, 국비 1,157억원은 공사 초기부터 집행이 지연됐다.

아직까지도 내려오지 않은 국비는 약 170억원. 돈이 없어 올해 말까지로 미룬 완공은 내년 11월말까지로 또 한 차례 연장됐다. 그 동안 물가와 인건비 등이 올라 사업비는 추가로 약 64억원이 더 필요해졌다. 내년 말 완공은 추가 비용까지 합쳐 국비 234억원을 모두 받았을 때 가능하다. 경기도는 만약 내년에도 국비 확보가 안되면 다른 국지도 사업비를 가져와 이를 먼저 개통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획재정부와 국회 심의를 거치며 도로 예산이 축소돼 어려움이 있다"며 "이 도로뿐 아니라 5년 이상 지연되는 국지도들도 많다"고 밝혔다.

파주 LCD산업단지와 문산읍, 자유로로 연결되는 국지도 56호선 법원리~상수리 간은 현재도 대형 화물차와 군 장비들이 매일 오간다. 속도가 느린 화물차를 제치기 위해 승용차들이 중앙선을 넘어 앞지르기를 하는 아슬아슬한 장면도 수시로 연출된다. 인도가 없는데다 구불구불하고 아직까지 도로 폭이 3m인 곳도 남아있다. 기종에 따라 다르지만 폭 3.6m인 전차가 지나가면 보행자는 물론, 반대 차로 차들까지 초긴장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 도로는 미군에게 중요해 서울에도 비포장길이 즐비하던 1960년대 말 아스팔트 포장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만큼 군 차량과 장비 등의 통행으로 사고위험성이 상존하다보니 결국 효순이와 미선이가 15세의 꽃다운 나이에 숨졌다. 그러고도 7년째 계속되고 있는 도로공사를 바라보는 주민들은 속이 터진다. 김모(62)씨는 "지난해 말 일부라도 임시개통을 할 것 같더니 무슨 이유인지 없던 얘기가 됐다"고 말했다.

양주=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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