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발 달린 말의 맛
알림

[김민정의 길 위의 이야기] 발 달린 말의 맛

입력
2012.05.25 12:11
0 0

멘붕? 멘붕이 뭐야? 맨지붕이야? 처음 아이들이 내게 멘붕 왔어요, 하였을 때 그 말이 무슨 뜻인가 좀처럼 감잡을 수 없었다. 술래잡기도 아닌데 맞춰봐라 하며 달아나는 아이들 틈에서 혼자 별별 상상을 다한 것도 사실이었다. 단어의 조합으로 보아 어감이 그리 건강한 느낌은 아닌지라 오히려 떠올려보는 재미는 있었다.

멘에 붕이라 음, 이게 무슨 병신에 가까운 뜻이냐? 아이 참, 멘탈 붕괴라고요! 그러니까 어떤 정신 넋 빠진 상태에 이르렀을 때 너무도 어이없고 황당할 때의 공황 같은 걸 지칭하는 말이로구나. 그 말 배운지 얼마나 되었다고 요즘 악착같이 입에 물고 사는 나다. 응원하던 야구팀이 9회말 투아웃 상황에서 역전 홈런을 맞고 경기에서 패배하던 순간에도 친구에게 전화 걸어 내뱉은 첫 말이 그러했지.

그뿐이었지만 그뿐으로 충분히 내 상황을 다 파악하던 친구. 붕괴란 단어 대신 충격이란 단어가 그 자리를 차지했다면 신문의 헤드라인까지 장식하게 된 작금의 파괴력을 가질 수 있었을까. 바른 말 고운 말 표준어 장려 나라라 교과서에서 죽어도 찾아볼 수 없는 우리네 욕이 생각났다.

중국 작가들과 만나는 자리에 통역으로 함께한 중국인 유학생들에게 놀랐던 것도 우리들 욕을 알고 정확하게 그 뜻풀이까지 한다는 데 있었지. 말과 문화를 배우는 데 욕만한 게 없다나. 물론 욕쟁이로 소문난 내 입지를 다지기 위한 횡설은 아니었음!

김민정 시인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