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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 심기 틀어진 미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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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에 심기 틀어진 미국

입력
2012.05.25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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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원에서 24일(현지시간) 하루에 두번이나 법안이 만장일치로 가결되는 이례적인 일이 일어났다. 상원 세입위원회와 법사위원회 소속 민주당과 공화당 의원들이 파키스탄 지원금을 삭감하는 법안을 단 한 표의 반대 없이 통과시킨 것이다. 전날 파키스탄 사법부가 알 카에다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 사살 작전에 협조한 의사 사킬 아프리디에게 반역죄를 적용, 징역 33년을 선고한 것에 반발한 조치다.

민주당과 공화당의 초당적 대응은 워싱턴의 반 파키스탄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군사위원장 칼 레빈 의원은 "의회의 인내가 한계에 달했다"며 "어디를 보나 공동의 분노와 공동의 반발이 있을 뿐"이라고 정치권의 정서를 전했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도 아프리디 중형 판결을 부정의로 규정하고 "그는 파키스탄을 배신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외과의사 아프리디는 아보타바드에서 가짜 백신주사를 놔주며 수집한 빈 라덴 자녀의 DNA 정보를 미 정보당국에 건네 빈 라덴 추적에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날 세입위원회는 파키스탄 지원금 3,300만달러를 삭감한 법안을 찬성 30, 반대 0의 만장일치로 가결했다. 3,300만달러는 아프리디의 징역 1년마다 100만달러를 적용한 수치다. 군사위원회는 파키스탄이 아프가니스탄으로 연결되는 군 병참 공급로를 계속 개방하지 않으면 파키스탄 지원을 유보하는 국방수권법안 수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수정안의 파키스탄 지원금은 10억달러 규모다. 파키스탄은 지난해 11월 오폭 사건 이후 폐쇄한 국경을 개방하는 조건으로 트럭 1대당 통행료 5,000달러를 요구해 미국의 분노를 샀었다.

미국과 파키스탄 갈등의 해법을 찾는 일은 갈수록 꼬이고 있다. 미국은 아프리디 석방을 압박하고 있지만 파키스탄은 사법부 판결을 존중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번 선고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정상회의서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대통령이 미국의 홀대를 받은 직후 나온 점도 실마리를 찾기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파키스탄은 국경 개방 문제도 미국의 양보를 요구하며 서두르지 않고 있다. 파키스탄 정부가 미국과의 충돌을 굳이 피하지 않는 것은 내년 초 총선을 앞두고 확산된 반미감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 하기 때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워싱턴=이태규특파원 tg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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