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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장병들, 양평군 양서高 찾아 한국문화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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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한미군 장병들, 양평군 양서高 찾아 한국문화 체험

입력
2012.05.25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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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양평군 용담리에 있는 양서고. 기숙학교인 이 곳에 25일 반가운 손님들이 나타났다. 한국 근무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미군 장병 19명이 사물놀이 등 한국 문화를 체험하려고 온 것이다.

이날 오후 1시30분께부터 학교 대강당에 마련된 사물놀이 마당은 한국 고교생들과 미군 장병들 간의 소통의 무대였다.

주한미군 14헌병대 소속 장병들에게 사물놀이 강습에 나선 학생들은 양서고 사물놀이 동아리 ‘소리나래’다. 22명이 회원인 ‘소리나래’는 강습 시작 전 ‘이방인’들에게 우리 문화의 진수를 먼저 알렸다. 그동안 갈고 닦은 실력을 마음껏 뽐내며 신나게 판을 벌렸다. 북, 징, 꽹과리, 장구가 절묘하게 어우러진 사물의 소리를 내자 미군 장병들은 신기한 듯 눈을 떼지 못했다. 어깨를 들썩이며 박수를 치는 미군들도 적지 않았다. 한국에 온 지 3개월 됐다는 터너(23) 장병은 “정말 아름답고 이색적인 소리”라며 “특별한 경험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소리나래’의 ‘프로 같은 시범’이 끝난 뒤 미군 대상의 강습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학생들은 일대일로 마주앉은 미군들에게 악기를 잡는 법을 알려준 뒤 초보자도 쉽게 따라 할 수 있는 별달거리, 인상굿 등 쉬운 장단을 가르쳤다. 최정윤(17ㆍ2년)양은 “지루해할 거라 생각했는데 곧잘 따라 하는 걸 보고 나도 덩달아 신이 났다”며 “한국의 음악을 소개하는데 일조한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1시간 30여분 동안 장구와 북을 들고 끙끙대던 얼반스키(27) 장병은 “그동안 한국문화와 한국인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음악을 통해 한 걸음 가깝게 다가간 것 같다”며 “배우기가 쉽지 않았지만 굉장히 역동적이고 신나는 음악이었다”고 만족해 했다.

짧았지만 긴 여운을 남긴 강습이 끝난뒤 미군들과 학생들은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합동 연주의 시간을 갖기도 했다. ‘소리나래’의 부장을 맡고 있는 정아연(17ㆍ2년)양은 “말도 제대로 안 통하는 미군들과 불과 몇 시간 사이에 이렇게 잘 통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며 “우리들한테도 잊지 못할 좋은 경험이었다”고 했다.

이날 행사는 카투사로 군복무를 하고 있는 양서고 졸업생 정모 일병의 주선으로 이뤄졌다. 미군 장병들과 함께 모교에 온 그는 “미군은 한국 문화를 피상적으로 접할 뿐 직접 체험할 기회가 거의 없다”며 “직접 학생들을 만나 소통하면서 배우면 평생 기억에 남을 것이라고 생각해 동아리 활동이 활발한 모교에 제안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 측이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미군에게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사물놀이 마당이 만들어졌다.

어경화(61) 교사는 “영어에 서툴고 미군을 처음 접하는데도 학생들이 문화사절단으로서 역할을 잘 해냈다”며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앞으로 글로벌 마인드를 키워갈 수 있도록 지도하겠다”고 말했다.

권진수 교장은 “이번 행사는 단순히 문화체험 이상의 교육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본다”며 “학생들의 호응도가 큰 만큼 앞으로 미군들과 지속적으로 교류를 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한편 양서고 한국 문화 체험에 앞서 미군 장병들은 이날 오전 경기 남양주에 있는 다산 정약용의 생가를 둘러봤다.

양평=손효숙기자 sh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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