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의 풍경> <불편해도 괜찮아> 등을 통해 딱딱한 사회과학 주제들을 쉽고 재미있게 소개했던 김두식 경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신작 <욕망해도 괜찮아> 를 냈다. 제목처럼 이 책은 욕망을 통해 우리사회 다양한 모순과 문제들을 짚어낸다. 지난해 가을부터 창비 인터넷 블로그 '창문'에 '색, 계'란 제목으로 6개월 간 연재한 글을 묶었다. 욕망해도> 불편해도> 헌법의>
연재 당시 부제는 '대한민국 아저씨들의 욕망과 규범'. 김 교수는 이메일 인터뷰에서 "이 책 전체가 그냥 제 이야기"라며 대한민국 아저씨 김두식을 이렇게 소개했다. "겉은 어른인데 속은 여전히 17세 소년, 아무 데서나 잘난 척할 기회를 찾고, 중년의 로맨스를 꿈꾸며, 중산층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진보 지식인 행세를 하는 아저씨."
책은 '아저씨 김두식'의 일화를 통해 대한민국 아저씨들의 욕망과 이 욕망을 억압하는 기제, 표출되지 못한 욕망의 부작용, 일탈자에 대한 마녀사냥식 대응 등 다양한 문제들을 풀어낸다. 2,3장에서 학력 위조 의혹으로 시작했다가 불륜 스캔들로 비화한 신정아 사건을 소개하며 희생양 이론(공동체 위기가 야기될 때 희생양을 만들어 사회에 만연한 폭력적 욕망을 집중시킨다는 비평가 르네 지라르의 이론)과 중년 남성의 욕망을 살핀다. 김 교수는 "인터넷에 넘쳐나는 악의적인 댓글 중에는 그냥 무조건적인 돌 던지기, 내 욕망을 감춘 사냥질이 적지 않다"며 "자기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나면 그런 폭력성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5장에서는 김 교수 가족 이야기를 통해 중산층의 은밀한 욕망과 과도한 규범을 지적한다. 6장에서는 학생상담 사례를 통해 몸과 살의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소개한다. 김 교수는 "(욕망과 규범 사이 갈등은) 결국 중년뿐 아니라 모든 인간이 겪는 문제"라며 "자기 욕망과 한계를 인정하고 정직하게 고백하는 담백한 삶을 살아보고 싶었다"고 소개했다. 연재 당시 제목처럼, 자신의 색(色)을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스스로 친 계(戒)의 범위를 넓혀보고 싶었다는 말로 들린다.
김 교수는 2년 전 "스스로 개혁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실명으로 인터넷에 들어가 남을 위해 싸우자"는 제안을 하며 트위터로 사회비판적 메시지를 표현해왔다. 그래서 안철수, 조국, 김난도 교수 등과 함께 종종 '멘토'로 언급되기도 한다. 책 서두에서 '멘토가 너무 많아 숨쉬기 힘든 세상'이라며 '멘토가 아니라 여전히 자라는 과정에 있는 40대의 이야기를 나눠보고 싶다'고 밝힌 그는 최근 멘토 유행에 대해 일침을 날렸다. "멘토 분들이 대개 훌륭한 분들이지만, 어느새 멘토 과잉의 시대가 된 면도 있어요. 저라면 멘토를 만날 시간에 세계문학전집을 읽겠어요."
한동안 신문 기고와 인터뷰를 자제했던 그는 최근 한 일간지에 인터뷰 시리즈를 연재하고 있다. 그는 "어떤 사람의 깊은 내면을 알게 되면 그 행동을 알 수 있다"며 "그런 만남이 저의 경계(戒)선을 넓히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창비 발행ㆍ312쪽ㆍ1만3,500원.
이윤주기자 miss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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