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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에세이] 불멸의 유혹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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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 에세이] 불멸의 유혹 앞에서

입력
2012.05.25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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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멸의 작품, 불멸의 영혼, 불멸의 사랑…. 불멸이라는 단어를 써도 어색하지 않은 말이다. 그러나 불멸의 유혹은 듣기에 썩 마음이 닿지 않는다. 그래도 할 수 없다. 좋은 어감은 아니라 할지라도 사실은 사실이다. 유혹은 불멸이다. 인간의 욕망이 사라지지 않는 한 욕망을 부추기는 유혹도 사라지지 않는다. 유혹은 인간과 더불어 시작되었고 인간과 더불어 간교해졌다. 아마 우리가 이 땅을 떠나는 날까지 우리를 가장 집요하게 괴롭힐 것도 다름아닌 유혹이고, 우리가 죽은 후에도 유혹은 살아남아 후손들을 두고두고 괴롭힐 것이다.

유혹은 은근하고 친밀한 목소리로 다가오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을 통해 접근하며 가장 인간적이고 소박한 이유로 현혹시킨다. 뿐만 아니라 유혹은 거절할 수 없는 본능적인 곳을 건드린다. 때로는 너무도 합리적이어서 유혹을 뿌리치는 것이 어리석게만 느껴진다. 유혹은 이렇듯 우리 주위를 날마다 24시간 배회한다. 그러나 낚시 바늘의 미끼가 아무리 먹음직해도 물고기를 위한 것이 아니듯, 유혹은 우리를 배려하지 않는다. 모든 유혹은 우리를 낚아채기 위한 것이지 우리를 윤택하고 풍성하게 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우리를 훔치고 우리에게서 빼앗고 우리를 황폐하게 만드는 것이 목적이다.

어떤 유혹이 나를 노리는가. 불멸의 유혹 세가지는 돈, 성, 권력이다. 돈의 유혹, 성의 유혹, 권력의 유혹 앞에 누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을까. 죽는 날 까지 우리는 이 유혹 앞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돈은 영원한 마력이다. 돈은 하나님보다 더 매력적이다. 오죽하면 '죽어도 돈벼락 한번 맞고 죽고 싶다'고 하겠나. 성경은 '돈을 사랑하는 것이 1만 악의 뿌리'라고 말한다. 돈이 악의 근원이 아니다. 돈을 사랑하는 것이 악의 근원이다. 돈을 사랑하기 시작하면 누구도 사랑할 수 없다. 돈을 사랑하면서 사람을 함께 사랑할 수 없다. 돈 때문에 사람을 이용하고 사람을 사랑하는 체할 수 있지만 돈과 사람을 동일하게 사랑할 수는 없는 일이다.

성적 유혹도 갈수록 대담하고 음란하다. 온 세상이 성적 유혹으로 넘친다. 유혹의 대상도 따로 없다. 새로운 미디어가 등장하면 언제나 음란한 콘텐츠가 가장 먼저 자리를 차지한다. 휴대전화를 들고 있기가 성가시다. 삭제하기조차 힘든 양의 유혹이 범람한다. 방송 드라마는 불륜이 상식이고 정상적인 가정생활이 비정상으로 비칠 만큼 줄거리가 민망하다. 돈의 유혹과 성의 유혹을 이긴다 해도 권력의 유혹은 더욱 강력하다. 권력은 천의 얼굴이다. 지식도 인기도 종교도 권력이다. 전문가의 길과 권력의 길이 있다면 기꺼이 권력의 길을 택한다. 수십 년 한길로 정진하다가도 권력의 바람이 세차게 불기 시작하면 바람 앞의 촛불이다. 전문가로서 일생 쌓아온 권위를 한 순간에 권력에게 제물로 바친다. 권력의 탐욕은 밑 빠진 독이어서 모든 권위를 삼켜도 삼켜도 멈추는 법이 없다.

불멸의 유혹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살아야 하나. 불멸의 유혹 앞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까. 도도한 세태의 흐름을 거스른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가. 인류는 그 흐름을 역행한 사람들에게 빚을 졌다. 우리 모두가 불가능하다고 말할 때 불멸의 유혹 앞에서 불멸의 기준을 갖고 살아낸 분들이 있다. 눈을 씻고 보아도 단 한 사람 찾기가 어렵지만 말 없이 소리 없이 이름 없이 세태를 거슬러 세상에서 맡을 수 없는 향기를 내뿜는 사람들이 있다. 유명하지 않아도, 알려지지 않아도 얼굴 가득히 웃음을 띠고 가슴 가득히 꿈을 담고 영혼 가득히 자유롭게 비상하는 사람들이 있다. 오직 한가지 이유 때문이다. 하나님을 경외하기 때문이다. 절대적 기준을 인정할 때만이 상대적 기준 앞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조정민 온누리교회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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