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책과세상/ '오몬 라' 소련 달 탐사 프로젝트에 숨겨진 비밀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책과세상/ '오몬 라' 소련 달 탐사 프로젝트에 숨겨진 비밀

입력
2012.05.25 12:03
0 0

오몬 라/빅토르 펠레빈 지음·최건영 옮김/고즈원 발행·296쪽·1만1,800원

빅토르 펠레빈(50ㆍ사진)은 보리스 아쿠닌(56) 등과 더불어 러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현존 작가로 꼽힌다. 소설가 겸 러시아문학 전문가 강병융씨는 "펠레빈은 작품 완성도나 대중성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러시아 최고 작가 중 하나"라며 "반(反)전통을 추구하는 일군의 젊은 러시아 작가와 달리 불가코프, 나보코프, 고리키 등 쟁쟁한 작가들이 활약했던 20세기 러시아문학의 전통을 잇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몬 라> 는 1992년 발표된 펠레빈의 첫 장편소설이다. 오몬은 주인공 이름. '경찰특수부대'의 약칭인 그 이름은 퇴직 경찰로 술에 절어 사는 아버지가 아들의 안정된 장래를 희망하며 지은 것이다. 그러나 오몬의 꿈은 우주비행사다. 집 근처 영화관을 드나들며 막연하게 꿈을 키워가던 그는 동반자 친구 미쪽을 만나고, 둘은 함께 항공학교로 진학한다.

오몬과 미쪽의 인생은 달에 유인 탐사선을 보내는 국가 사업에 차출되면서 급변한다.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우주 강국으로 독주하던 소련은 우주인 달 착륙이라는 극적인 성과를 미국에 뺏기자 부랴부랴 유인 탐사선 개발에 나선다. 달 표면에 '평화' '레닌' '소련'이라는 글자를 밝히고 전세계에 생중계할 심산이다.

비행학교 입학 첫날 오몬은 동급생 일부의 다리를 잘라내는(비행기 조종석에 몸을 맞추려는 조치) 학교 측의 만행을 목도한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국가 계획에 달 착륙만 있을 뿐 지구 귀환은 없다는 것. 우주인으로 선발된 생도는 우주 공간에서 최후를 맞아야 한다. 국가 영웅이라는 허울뿐인 명예만 남긴 채. 엄혹한 선발 과정을 거쳐 오몬은 루노호트(월면차) 운전 임무를 맡는다. 매의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라'가 그의 호출 신호다. 미쪽은 기묘한 사상 검증에 걸려 죽음을 당한다.

오몬은 동료 네 명과 함께 우주선에 탑승한다. 로켓이 분리될 때마다 동료들은 하나씩 죽어간다. 홀로 달 표면에 착륙해 임무를 마친 오몬은 지시대로 우주복도 없이 월면차를 뛰쳐나가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권총은 불발되고 그의 몸은 진공에서도 멀쩡하다. 아연해 하는 그에게 총격을 가하는 이는 지구에 있어야 할 교관이다.

블랙유머 짙은 이야기 안에 기막힌 반전을 매복한 이 작품은 한국에 번역되는 펠레빈의 세 번째 소설. 대표작으로 꼽히는 <벌레처럼> (1993), 스코틀랜드 캐넌게이트 출판사가 기획한 세계신화총서 러시아편 <공포의 헬멧> (2005)에 이어서다.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