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몬 라/빅토르 펠레빈 지음·최건영 옮김/고즈원 발행·296쪽·1만1,800원
빅토르 펠레빈(50ㆍ사진)은 보리스 아쿠닌(56) 등과 더불어 러시아에서 가장 뛰어난 현존 작가로 꼽힌다. 소설가 겸 러시아문학 전문가 강병융씨는 "펠레빈은 작품 완성도나 대중성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러시아 최고 작가 중 하나"라며 "반(反)전통을 추구하는 일군의 젊은 러시아 작가와 달리 불가코프, 나보코프, 고리키 등 쟁쟁한 작가들이 활약했던 20세기 러시아문학의 전통을 잇고 있다"고 소개했다.
<오몬 라> 는 1992년 발표된 펠레빈의 첫 장편소설이다. 오몬은 주인공 이름. '경찰특수부대'의 약칭인 그 이름은 퇴직 경찰로 술에 절어 사는 아버지가 아들의 안정된 장래를 희망하며 지은 것이다. 그러나 오몬의 꿈은 우주비행사다. 집 근처 영화관을 드나들며 막연하게 꿈을 키워가던 그는 동반자 친구 미쪽을 만나고, 둘은 함께 항공학교로 진학한다. 오몬>
오몬과 미쪽의 인생은 달에 유인 탐사선을 보내는 국가 사업에 차출되면서 급변한다.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쏘아올리고 우주 강국으로 독주하던 소련은 우주인 달 착륙이라는 극적인 성과를 미국에 뺏기자 부랴부랴 유인 탐사선 개발에 나선다. 달 표면에 '평화' '레닌' '소련'이라는 글자를 밝히고 전세계에 생중계할 심산이다.
비행학교 입학 첫날 오몬은 동급생 일부의 다리를 잘라내는(비행기 조종석에 몸을 맞추려는 조치) 학교 측의 만행을 목도한다. 더욱 경악스러운 것은 국가 계획에 달 착륙만 있을 뿐 지구 귀환은 없다는 것. 우주인으로 선발된 생도는 우주 공간에서 최후를 맞아야 한다. 국가 영웅이라는 허울뿐인 명예만 남긴 채. 엄혹한 선발 과정을 거쳐 오몬은 루노호트(월면차) 운전 임무를 맡는다. 매의 머리를 한 이집트 신 '라'가 그의 호출 신호다. 미쪽은 기묘한 사상 검증에 걸려 죽음을 당한다.
오몬은 동료 네 명과 함께 우주선에 탑승한다. 로켓이 분리될 때마다 동료들은 하나씩 죽어간다. 홀로 달 표면에 착륙해 임무를 마친 오몬은 지시대로 우주복도 없이 월면차를 뛰쳐나가 자살을 시도한다. 그러나 권총은 불발되고 그의 몸은 진공에서도 멀쩡하다. 아연해 하는 그에게 총격을 가하는 이는 지구에 있어야 할 교관이다.
블랙유머 짙은 이야기 안에 기막힌 반전을 매복한 이 작품은 한국에 번역되는 펠레빈의 세 번째 소설. 대표작으로 꼽히는 <벌레처럼> (1993), 스코틀랜드 캐넌게이트 출판사가 기획한 세계신화총서 러시아편 <공포의 헬멧> (2005)에 이어서다. 공포의> 벌레처럼>
이훈성기자 hs021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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