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등반대의 등장과 함께 최정상급 전문산악인이 아니더라도 무난히 등정할 수 있게 된 에베레스트산 정상(8,848m)이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이번 주말에만 세계 각국에서 몰려온 200여명의 산악인이 지구 최고봉을 정복할 예정인데, 정상 지역에서 정체 현상이 발생해 인명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FP통신은 25일과 26일에 걸쳐 48시간 동안 에베레스트 정상 지역 날씨가 맑아 200여명이 정상에 오른다고 보도했다. 25일 네팔 관광국 관계자는 “오늘 하루에만 지금까지 52명이 정상을 정복했고 현재 캠프4에 150여명이 대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1953년 에드먼드 힐러리경의 초등 이후 에베레스트를 정복한 산악인이 3,000여명인데, 그 15분의 1에 해당하는 인원이 이번 주말 에베레스트 정상을 밟게 되는 셈이다. 보통 에베레스트 등정 시즌은 3월부터 6월이지만 올해는 악천후 때문에 이달 중순부터야 등정이 가능해져, 산악인들이 과도하게 몰리게 된 것이다.
전문가들은 에베레스트가 붐비면서 정상 인근에 ‘병목현상’이 발생해 등반 시간이 길어지고, 이로 인해 고지대에 적응하지 못한 일부 등반객이 심각한 고산증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에베레스트 최단 시간 등반 기록 보유자였던 펨바 도르제 셰르파는 “하루에 적정한 정상 등반객 수는 25~30명”이라며 “정상 부근에서 장시간 대기하면 동상에 걸릴 수 있고 산소 부족을 경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 지난 주말에도 에베레스트 정상에서 하산하려는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한국인을 비롯한 4명의 산악인이 사망했다.
에베레스트는 수십년 간 뛰어난 기술을 갖춘 베테랑 산악인만 도전할 수 있는 난공불락의 산이었지만, 최근 돈을 내면 정상까지 올려 주는 상업등반대의 등장으로 적정한 체력을 갖춘 일반인이라면 누구나 오를 수 있는 곳이 돼 버렸다. AFP에 따르면 에베레스트에 오르려면 상업원정대에 2만 5,000달러의 비용을 내고 추가로 1만~2만 5,000달러짜리 허가증을 구입하면 된다. 네팔 정부가 관광 수입을 올리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인원에게 등반 허가를 내 주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산악사고도 급증해, 에베레스트 사망 사고 220여건 중 절반이 최근 20년새 발생했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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