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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람답게, 나답게 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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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사람답게, 나답게 살기

입력
2012.05.25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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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처럼 친정엘 다녀왔다. 창밖의 유난히 맑은 초록햇살에 달떠 집을 나섰지만, 실은 어머님 기일을 앞두고 한번 다녀오는 나들이기도 했다. 덕유산 자락을 지나면서 몸도 마음도 한결 가볍더니, 내 어릴 적에 살았던 '구름뜰' 그 동네도 여전히 부처님 미소를 닮은 사람들로 오순도순했다.

사람들은 가끔 지난날들을 돌아보면서 혹은 고맙고 혹은 후회스럽다고 여긴다. 하지만 우리 어머니네는 대체로 세상일에 한탄하지 않고 참회로 거울 삼는다. 사람답게 살고자 하는, 그 어느 때보다도 가장 순수한 마음가짐으로. 그렇듯 나도 일상에서 사람다움에 늘 성실하려 했고, 그중에서 특히 어머님의 지혜를 내 그릇에다 옮겨 채우며 살아왔음에 자부심이 크다.

사람다움이 무엇인가, 그 답은 양심이라는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여 그에 따라 행동하고 실천하는 게 아닐까. 평생을 부처님께 기대셨던 내 어머님은 "이웃에 늘 마음을 열라"고 살아생전 내내 경계해 주셨다. 아침저녁으로 마주치는 이웃이 나를 일깨우는 선지식이요, 지덕체 중에서도 덕육(德育)이 곧 바른길의 근본임을 강조하셨다. 그러신 그 어머님께서 오래전 내게 주신 중학 입학 선물이 100권의 문학전집, 그게 내 시인의 나무에 뿌리였다면 우습다 할까? 9년 전 먼 길을 떠나 백두대간의 마루금 덕유산 자락에 계신 어머님, 어느덧 내 일상도 불혹의 나이답게 의젓한데 해마다 이맘때면 으레 복받치는 그리움에 당혹스러워진다.

또한 어머님은 평소 '나다움'을 한시도 손에서 놓지 말라고도 하셨다. 당시 어머님께서 말씀하신 나다움이란 '있는 것이 곧 없음이요, 없는 그대로가 있는 것임'을 깨닫는 것. 그래서 꼭 가지고 싶은 것을 절반만 가지고, 혹여 내게 잘못한 사람도 모른 척해 주고, 남을 당하게 하기보다 내가 당해 주고, 그리 살면 내게 웃는 날이 많을 것이라고.

엊그제 문우들 모임에서였다. 우리 주변에 세 유형의 사람들이 있다고 입담 좋은 친구가 떠들어댔다. 첫째는 무기력해서 있으나마나 한 존재, 둘째는 걸핏하면 못된 짓을 저질러서 있어서는 안 될 존재, 그리고 또 하나는 요소요소에서 찾는 꼭 있어야 할 존재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러니 세월 따라 변하고 바뀐 세태일수록 남이 이러니저러니 하기보다 '내 탓이 먼저'라고 자신을 낮추는 자세가 요즘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하다고 열을 올렸다.

다른 한편에선 꽤 점잖은 얘기도 있었다. '쉬기'를 바른 삶의 기본으로 삼으라고. 쉬지 않으면 탐욕에 물들기 십상이요, 일상에서 그 탐욕을 떼어내지 않고는 진리를 깨칠 수 없다는 게 불가의 일깨움이라고. 일상생활에서 그 '쉬기'를 반복하는 과정에 '쉰다'는 생각마저 없어지고, 그 다음에라야 '쉬고 안 쉬고'가 없는 평상심에 다다른다고.

무릇 사람의 길은 다양하다. 학자든 시인이든, 또 농사를 짓든 기업을 경영하든 나름대로 제멋에 산다. 그래도 그 삶의 끝맺음은 누구에게나 있기 마련인데 그때 과연 우리에게 두려운 것이 늙음이나 죽음일까? 아니다, 정작 두려운 것은 일상에서의 녹슨 삶이다. 아무렴 하루하루가 늘 보람차도록 애쓰며 영혼을 맑게 보듬는 까닭이 그래서다.

영혼이 맑지 못하면 우선 그 얼굴부터 일그러져 보인다. 우리가 사색에 잠기는 동안 허리를 곧게 펴는 까닭이 있다. 허리를 곧게 펴고 있으면 다른 어느 때보다도 정신이 맑아지고, 순수와 진리에 절로 의지하게 된다. 더불어 깜냥껏 사는 지혜를 얻는다.

깜냥껏 산다는 것은 곧 내 자신을 올곧게 다스리는 지혜로움이다. 이참에 사는 방식을 살며시 바꿔 보라. 이웃에 항상 반가운 웃음으로, 항상 미안한 자세로, 항상 감사한 마음가짐으로 일상을 가꾸면 좀은 나을 듯싶으니까. 하여, 나 또한 예전의 그 구름뜰 동네에서 오순도순 사는 그들과 더불어 늘푸른 여년이고 싶다.

이은별 시인·도서출판 푸른숲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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