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년 전 일어난 아동 실종 사건의 범인이 경찰에 붙잡혔다. 그러나 실종된 아들의 생환을 기다려온 부모의 간절한 바람은 끝내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CNN방송 등 미국 언론은 1979년 등굣길에서 사라져 세계실종아동의날(25일) 제정의 계기가 됐던 미국 소년 이튼 패츠의 납치살해범이 24일(현지시간) 경찰에 체포됐다고 보도했다.
뉴욕 경찰은 이날 뉴저지주 캠든에 사는 페드로 에르난데스(51)를 붙잡아 범행 일체를 자백 받았다고 밝혔다. 레이먼드 켈리 뉴욕 경찰청장은 "에르난데스가 탄산음료를 사주겠다며 학교로 가던 패츠를 꾄 뒤 자신이 일하던 가게 지하실에서 목을 졸라 살해했다고 털어놓았다"고 밝혔다. 그는 "에르난데스는 패츠의 시신을 비닐에 담아 길거리 쓰레기통에 버렸다"고 덧붙였다.
경찰은 전날 익명의 제보자 신고로 에르난데스를 캠든 자택에서 붙잡아 3시간 이상 조사한 뒤 현장 검증을 실시했다. 에르난데스는 범행을 뉘우치며 "뉴욕에서 아이를 죽였다"고 가족들에게 털어놓은 적이 있는데 익명의 제보자는 가족 중 한 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에르난데스는 2급 살인 혐의로 기소될 예정이다. 10대 자녀를 두고 있는 에르난데스는 전과는 없다고 CNN은 전했다.
패츠가 뉴욕 맨해튼 한복판에서 사라진 것은 79년 5월 25일. 당시 여섯 살이던 패츠는 학교에 가기 위해 맨해튼 소호의 집에서 두 블록 떨어진 버스정류장으로 가던 중이었다. 평소에는 부모가 데려다 줬지만 이날은 처음으로 혼자 길을 나섰다. 이후 패츠의 부모는 아들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패츠가 실종된 뒤 뉴욕 경찰은 물론 연방정부까지 나서 행방을 찾는 등 이 사건은 큰 반향을 일으켰다. 정부는 패츠의 얼굴 사진을 우유곽 겉면에 싣는 등 수사를 확대했고 이는 80년대 실종아동 찾기 운동이 전국으로 확산되는 계기가 됐다. 당시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은 83년 패츠가 실종된 25일을 세계실종아동의날로 정했고 미 의회는 이듬해 실종아동지원법을 제정했다.
미 법원은 2001년 패츠의 법률적 사망을 공식 선언했지만 사이러스 밴스 맨해튼 검찰청 검사장의 결정으로 2010년 수사가 재개됐다. 지난달에는 경찰과 연방수사국(FBI) 요원 40여명이 소호의 한 건물 지하를 파헤쳤지만 아무런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패츠의 부모는 전화번호도 바꾸지 않은 채 사건 발생 당시 살던 아파트에서 지금껏 지내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수십명의 취재진이 아파트로 몰려갔지만 패츠의 부모를 만날 수 없었다"고 보도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