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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원전사고 모의실험의 비과학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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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원전사고 모의실험의 비과학성

입력
2012.05.25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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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일본 북동부 지역 쓰나미로 후쿠시마 원전에서 미증유의 노심용융 사고가 발생했다. 일본정부는 최근 향후 복구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사용후연료는 2년 내 제거를 시작하고, 용융된 원자로 노심의 핵연료는 10년 내, 원자로 건물과 콘크리트 잔해는 30~40년 안에 철거를 완료한다고 발표했다. 핵연료를 완전히 인출해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기 전까지는 불안한 상태이므로 사고는 지금도 진행 중이다. 이를 통해 "절대 안전이란 없다"는 인식과 예상치 못한 사고에 대비해 안전설비를 보강해야 한다는 소중한 교훈을 얻었다. 우리나라도 2015년까지 1조1,000억 원을 투자해 50여 가지 안전방호 대책을 세우고 있다.

이런 가운데 21일 환경운동연합에서 체르노빌 원전사고 및 후쿠시마 원전사고 시에 방출된 방사능 양을 가정해 고리원전과 영광원전에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할 경우 최대 85만명이 암으로 사망하고, 628조원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다는 모의실험 결과를 발표했다. 하지만 이번 실험결과는 여러모로 비상식적이고 비과학적이라 판단한다.

우선 1979년 미국의 TMI 원전과 달리 1986년 구소련의 체르노빌 원전과 2011년의 후쿠시마 원전은 대기나 바다, 토양 등 외부로 방사능 물질이 누출됐다. 이 때 방사성물질의 대기확산 계산, 선량평가 계산, 건강영향평가 계산 등이 수행되는데 분석단계가 진행됨에 따라 불확실성이 10~100배 수준으로 확대된다. 그래서 미국 원전규제기관인 USNRC는 사고피해를 예측하는 개발코드 중에서 MACCS코드만을 인정하고 있다. 이번에 사용된 일본의 SEO코드는 개발 주체도 불명확하고 국제적으로 검증된 코드도 아니다.

둘째, 설사 SEO코드가 검증된 것이라고 가정하더라도 이번 실험결과는 가정조건 및 피해해석에 있어서 입력자료에 큰 오류가 있었다. 체르노빌 사고의 방출량을 가정했다고 밝혔으나, 75년에 발표된 미국의 WASH-1400 보고서의 노심재고량과 방사성물질의 방출분율을 사용했다. 이 입력자료는 고리1호기에 적용될 수 없는 내용이다.

셋째, 모의실험 계산방법에 오류가 있다. 후쿠시마 원전과 같이 전기가 없어서 발생되는 사고와 TMI 원전사고와 같이 냉각수가 부족하여 발생되는 사고는 매우 다르다. SEO코드 계산은 이러한 특성을 무시하고 일률적으로 노심재고량과 방사성물질의 방출분율을 할당하여 계산함으로써 매우 부정확하고 큰 오차를 유발하고 있다.

넷째, 피해 분석에서 중요한 변수는 기상자료다. 모의실험에서는 고리나 영광 지역의 기상조건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바람의 경우 대도시 방향으로 좁은 범위(15~27도)에서 지속적으로 부는(2m/s 속도로) 상황을 가정했고, 결과에 크게 영향을 주는 대기 안정도를 D 이상으로 설정해 지나치게 위험한 결과가 나오도록 했다.

다섯째, 사고시 피난조치와 관련된 가정이 비현실적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방사선 관련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단계별로 주민대피 등 보호조치를 취하는 방재대책이 뚜렷이 수립되어 있으나 이번 실험은 중대 사고가 발생했는데도 아무런 피난조치를 취하지 않는 경우를 가정하고 있다. 모의실험 결과에 대한 신뢰성을 인정할 수 없는 이유다.

아울러 피폭에 따른 사망자 수도 과도하게 부풀려졌다. 2006년 IAEA에서 발간한 '체르노빌 원전사고 20주년 보고서'에 따르면 격납건물이 없었던 체르노빌 원전사고에서 방사선피폭으로 인한 사망자는 28명이고 복구에 참여한 인원 중 향후 10년 동안의 사망자를 모두 합해 43명이었다. 이에 비해 격납건물이 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경우 현재까지 방사선피폭으로 인한 사망 사례가 발생하지 않았다. 모의실험에서 85만명의 사망자가 발생한다는 것은 과장된 결과다.

원전의 안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원전 사고에서 피해규모를 추정하는 것은 국민들의 알 권리를 위해 의미 있는 일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계산코드를 이용하고 현실과 동떨어진 가정을 설정한 모의실험의 결과를 발표해 국민들이 원전에 대한 오해와 불안감을 갖게 되어서 참으로 유감이다.

제무성 한양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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