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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유해 62년만에 봉환/ 유족들 "통일 되면 찾으려나 했는데…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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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군 유해 62년만에 봉환/ 유족들 "통일 되면 찾으려나 했는데… 기적"

입력
2012.05.25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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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이 되면 그때서나 찾아볼까 생각했습니다. 아버지가 남한 땅이 아니라 북한에서 전사하신 걸로 알고 있어서 기대도 안 했습니다."

6ㆍ25전쟁 당시 전사한 아버지 고 이갑수 일병을 62년만에 유해로 맞이한 아들 이영찬(65)씨. "(4살 때 헤어져) 아버지라고 불러본 기억도 없다"는 이씨는 "가슴이 뭉클해진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6살 때 아버지와 헤어진 이 일병의 딸 이숙자(68)씨는 "아버지는 키가 컸다. 비가 오면진흙탕 길을 그 큰 키로 나를 업고 학교에 등교시켜줬다. 당시 아버지가 굉장히 크게 느껴졌고, 나를 귀여워해주셨다"고 듬직한 아버지의 등을 떠올렸다. 34세의 나이에 가족을 뒤로 하고 전쟁터로 나가야했던 이 일병에 대해 이숙자씨는 "새벽에 주무시다가 강제로 징집돼 트럭 타고 가셨던 기억이 난다. 군인 트럭이 많이 지나가 손을 흔들었는데 그때 아버지가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영찬씨는 "할머니가 아버지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조금 배우신 분이었던 것 같다. 뭘 하셨는지는 모르지만 회사를 다녔다고 들은 기억이 난다"며 "전사통지서에는 ○○지구에 ○○일 전사라고 기록돼 있어 그동안 제사도 못 지냈고, 현충일에도 그냥 아버지를 생각하는 정도였는데 아버지가 새삼 자랑스럽다"고 말했다.

이 일병과 함께 유해로 돌아온 고 김용수 일병의 큰 조카인 김해승(54)씨는 "기적"이라며 감격했다. 김씨는 "아버지와 작은 아버지(김 일병)가 함께 입대했는데 아버지가 후방으로 같이 가자고 했더니 작은 아버지가 '형님은 내려가 집을 지켜라. 나는 국가를 지키겠다'고 한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2년 전 국방부에서 아버지의 DNA 샘플을 채취해갔는데 지난해 아버지가 돌아가셔서 포기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김 일병에 대해 "인자하고 똑똑하고 잘 생기고 희생적이었던 분이라고 들었다"는 김씨는 "전사통지서만 받았을 뿐 정확한 전사날짜를 알지 못했다. 불교에서는 기일 모르는 사람의 제사는 9월 9일에 지낸다고 해 매년 그때 제사를 지냈다"고 말했다.

유족들은 아직도 북한지역에 묻혀 있는 국군 전사자의 유해가 하루빨리 수습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영찬씨는 "빨리 통일이 돼서 (국군 유해를) 찾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며 "일부 유해가 북한에 있다는데 그걸 빨리 찾을 수 있도록 정부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영기자 shin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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