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인사들의 말 바꾸기, 억지 부리기, 버티기를 지켜보며 국민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치솟고 있는 사이 이 같은 삼류 드라마와 우열을 가리기 힘든 또 한편의 '막장 드라마'가 진행됐다. 전 수협중앙회 상임이사인 김영태씨가 23일 수협의 지도경제사업대표이사(이하 경제대표)로 선출되기까지 일련의 과정을 두고 하는 말이다.
막장 드라마는 농림수산식품부가 대놓고 밀던 농식품부 퇴직관료 임모씨가 경제대표 선출 과정에 응모했는데 이종구 수협중앙회장의 영향력 하에 있는 인사추천위가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탈락시키면서 시작됐다. 그 대신 수협 내부인사인 박규석 당시 경제대표가 단수 추천돼 총회 인준이 부쳐졌다. 수협의 '반항'에 격분한 정부는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지는' 식으로 수협에 대한 보완감사를 실시했고, 결국 이종구 회장은 인준 투표일 직전 투표권자인 조합장들에게 "박규석 경제대표를 찍지 말라"며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결국 박 대표 인준 투표는 부결됐고 박 대표는 총회 투표 과정에서 부정과 불법 의혹이 있다고 검찰에 진정서를 제출하면서 조합장들이 줄줄이 불려나가 수사를 받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실시된 재공모에서도 전직 농식품부 고위 관료 2명이 나섰지만 모두 고배를 마시면서 농식품부의 체면은 땅에 떨어진 상태다. 게다가 이 막장 드라마의 계기가 된 임씨는 공직에 있으면서 수협중앙회장 권한 분산을 위해 상임인 수협중앙회장을 비상임으로 바꾸는 수협법 개정을 주도해 업적을 남겼지만, 무리하게 경제대표 자리를 탐하다 명예와 실리를 동시에 잃었다는 평가를 받게 됐다.
이종구 회장도 막장 드라마 주역 중 한 명이다. 은연 중에 영향력을 행사해 인사추천위원회 결정을 막후에서 조종했다가 정부의 압력이 거세지자 돌연 입장을 바꿔 사태를 복잡하게 만든 장본인이란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
더 큰 문제는 수협의 '막장 드라마'가 언제 끝날 지 모른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농식품부에 '공개 망신'을 안긴 이 회장을 관료들이 벼르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그러나 '막장 드라마'의 가장 큰 피해자는 국민이다. 마음만 먹으면 퇴직 동료를 위한 자리 하나쯤은 쉽게 만들 수 있다는 관료들의 시대착오적 현실인식이 백일하에 드러나면서 국민들의 스트레스 지수가 더욱 치솟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부 배성재 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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