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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스펙 채용시대/ <하> 뽑기보다는 키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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脫스펙 채용시대/ <하> 뽑기보다는 키운다

입력
2012.05.24 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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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서 하루에 팔리는 자장면 수는 몇 그릇일까? 한강물의 총 무게는 얼마나 될까?

TV프로그램에서나 볼 수 있는 난센스 퀴즈가 아니다. 엄연히 효성그룹 면접에 나왔던 기출 문제다.

효성은 응시자들을 5,6 명 정도씩 소그룹으로 나눠 이런 돌발성 질문을 던진다. 주어진 시간 안에 응시자들은 토론을 통해 답을 찾아가야 한다.

물론 자장면이 몇 그릇이나 팔리는지, 한강물이 몇 톤이나 나가는 지 아는 사람은 없다. 회사측은 정확한 답 대신, 답을 찾아나간 는 과정 즉 팀웍이나 소통능력, 창의적 발상 등을 테스트한다. 우문(愚問)이지만 현답(賢答)을 내놓는 팀과 개인을 추려내는 것이다. 효성 관계자는 "면접관들은 응시자의 학력이나 배경을 볼 수 없다"면서 "스펙 보다는 응시자들의 순발력과 추리력 등을 검증할 수 있어서 이런 블라인드 집단 토론 면접을 신입사원 채용에 중요한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1차 서류전형에서 대학서열에 따라 절반 정도 추려내고, 2차 필기시험에도 다시 점수서열에 따라 또 추려내고, 마지막으로 면접에서 너무 튀는 사람은 걸러 내고. 국내 대기업들의 채용은 늘 이런 식이었다.

하지만 이젠 채용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스펙으로 평가됐던 서류 전형의 비중이 낮아지고 지원자의 경험이나 인성, 열정 등을 면밀하게 판단할 수 있는 면접전형이 강화되고 있는 것. 하지만 면접조차 기업마다 독특한 방식이 가미되고 있다.

SPC그룹의 응시자들은 지원부서에 상관없이 반드시 미각을 테스트하는 관능(官能)면접과 디자인역량 평가를 받아야 한다. 파리바게뜨 배스킨라빈스 던킨도너츠 등을 운영하는 회사인 만큼, 기본적으로 맛과 향에 대한 감각을 지녀야 한다는 것. 관능면접은 소금물의 농도를 5단계로 구분해 진한 순서를 찾아내고 제시된 시료의 향을 파악하는 테스트 등으로 구성된다. 매장 내부 인테리어와 제품 진열에 필요한 디자인 테스트도 필수 코스. SPC그룹 관계자는 "디자인 감각을 갖추고 맛과 향에 대한 감각이 뛰어난 사람은 식품에 대한 애정을 갖기 쉬워 높은 업무 성과를 창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인재를 고르기 보다는 키우는 편이다. 바로 맞춤형 인재 육성을 위한 산학협력프로그램이다. 삼성전자는 현재까지 전국 14개 대학과 산학협력을 체결, 현업에 필요한 인재들을 직접 길러내고 있다.

아울러 1989년 사내 기술대학으로 출발한 삼성전자공과대도 인재 배출의 주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삼성전자공과대는 2001년부터 성균관대와 인재육성 산학협동 협약을 맺고 사내대학으로는 국내 최초로 교육인적자원부의 정규대학 승인을 받았다. 올해 2월 삼성전자 기흥캠퍼스에서 열린 졸업식에선 박사3명과 석사31명, 학사 32명을 포함한 총 66명의 졸업생들이 학위를 받았다.

LG전자도 비슷하다. LG전자는 국내 주요 대학에 재학 중인 3,4학년 재학생 중 우수 인원을 선발해 학사 졸업까지 장학금을 지급하면서 회사입사를 위한 필수 과정을 이수토록 하고 있다. 올해 3월까지 LG전자는 서강대를 포함해 국내 8개 대학과 맞춤형 인력 양성을 위한 산학협력을 진행하고 있다. LG전자는 특히 서강대와 2017년까지 향후 5년간 총 25억원의 운영비를 지원하며 매년 20여명을 장학생으로 선발해 채용에 나설 예정이다.

채용시장 전반에 걸쳐 '스펙 무용론'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이 같은 맞춤형 채용은 더 늘어날 전망. 이광석 인크루트 대표는 "스펙 위주로 뽑았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보니 기업마다 이젠 다양한 채용방식을 개발하는 추세"라고 말했다.

허재경기자 rick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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