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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첨탑 철거하고 십자가 소등… 안양의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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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첨탑 철거하고 십자가 소등… 안양의 실험

입력
2012.05.2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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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동네를 붉게 물들이는 교회 건물 첨탑의 십자가. 외국인들의 눈엔 한국 특유의 야경으로까지 비춰지는 교회 십자가의 조명을 끄는 실험이 경기 안양시에서 전국 최초로 펼쳐지고 있다.

안양시는 24일 안양시기독교연합회의 협조를 얻어 강풍에 쓰러질 위험이 있고 야간 조명으로 민원을 야기하는 교회 첨탑 100여개를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양시 관계자는 "주택가에 들어선 이들 교회의 첨탑은 건물 신축 당시부터 설계에 반영된 것이 아니어서 건물에 무리한 하중을 주는데다 강풍이 불 경우 쓰러져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며 "안전이 우려되는 104개의 첨탑 십자가를 철거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교회 첨탑 십자가가 강풍에 취약하게 된 것은 교회들이 신도를 유치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첨탑을 높이고 십자가의 규모를 키운 데 따른 것이다. 야간에는 잘 보이도록 네온으로 조명해 잦은 민원과 반감을 야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2010년 도심을 강타한 태풍 '곤파스'로 안양시내에서는 20여개의 교회 첨탑이 쓰러지거나 날아갔다. 하지만 교회 첨탑은 설치비용이 1,000만원을 웃도는데다, 종교 상징물이라는 이유로 설치신고를 하지 않은 불법 시설물이라도 강제 철거를 하지 못했다. 현행법에는 6m 이상 시설물은 설치신고를 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안양시는 최근 기독교연합회에 도시경관 개선사업을 제안했고, 안전사고의 위험이 큰 십자가 첨탑 104개를 골라 이 가운데 철거를 희망하는 36곳의 신청을 받아 24일 현재 22개를 철거했다.

안양시는 철거를 돕기 위해 교회 1곳 당 200여만원씩 모두 8,500만원의 예산을 배정했으며 1차 철거가 완료되면 다시 철거 신청을 받기로 했다. 첨탑 십자가를 철거한 곳은 십자가를 벽면에 설치하거나, 다시 설치하더라도 3.5m 이하로 설치할 예정이다.

안양시는 또 기독교연합회와 밤 11시부터 이튿날 새벽 4시까지 교회 십자가의 야간 조명을 자율적으로 끄도록 하는 방안도 협의했다. 시는 애초 밤 10시부터 이튿날 새벽 6시까지 조명 사용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으나, 기독교단체 쪽이 '지나친 요구'라고 반대해 이처럼 조정했다.

안양시에 따르면 현재 시 기독교연합회 소속 460여개 교회 중 절반가량이 야간 십자가 조명 소등에 나서고 있다. 시 관계자는 첨탑 십자가 철거와 소등은 도시경관 개선은 물론, 안전 및 에너지 절약에 효과가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안양시기독교연합회 회장 한관희(59) 목사는 "교회의 첨탑이 필요 이상으로 높아지고 야간 조명을 함으로써 이웃 주민들로부터 민원이 야기되고 있는 것을 잘 안다"며 "교회간 경쟁을 지양하고 이웃을 사랑하는 기독교 본래의 정신으로 돌아가기 위해 두 달 전부터 시와 함께 첨탑 낮추기와 야간 조명 끄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고 말했다.

안양시 기독교연합회는 십자가 조명 끄기 운동이 호응을 얻음에 따라 다음달 경기도기독교총연합회 회의 때 정식으로 이 운동의 확대를 건의할 방침이다.

한편 안양시는 관내 조사대상 550여개의 교회 중 409곳이 건물 첨탑 십자가를 설치했으며 이 가운데 100여 곳이 강풍에 쓰러질 위험이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안양=이범구기자 eb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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