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오전 경기 하남시 미사리 특전사령부 고공강하(HALO) 훈련장. 44명의 고공강하 교육 100기 훈련생들 앞에 ‘특별한 선배’ 3명이 시범강하에 나섰다. 강명숙(46ㆍ4,027회 강하), 전명순(52ㆍ4,005회 강하), 성현주(42ㆍ2,500회 강하) 준위다. 고공강하 훈련을 받은 3,887명중 1,000회 이상 뛰어내려 ‘골드윙’휘장을 받은 이는 49명이고, 여군은 6명에 불과하다. 고공낙하란 50㎏이 넘는 군장을 한 채 1만 피트(3,048㎙) 상공에서 뛰어내려 지름 16㎝ 지점에 착지해야하는 고난도 임무. 뛰어내리자마자 낙하산을 펴는 일반강하와 달리 맨몸으로 2,000㎙를 시속 200~300㎞로 내려온 뒤 4,000피트(1,219㎙)쯤에서 낙하산을 펴야 한다. 낙하까지는 채 4분이 걸리지 않는다. 강하요원들은 전시에 적 후방의 주요 시설에 은밀히 잠입, 요인을 체포ㆍ암살하는 역할을 맡는다.
여군중 최다강하기록을 갖고 있는 강명숙(1984년 임관) 준위는 “어린시절 국군의 날 시가행진을 하는 군인들의 제복이 멋져 여군을 지원했다”고 했다. 군에 입문한 이상‘남이 잘 가지 않는 길을 가봐야겠다’는 생각에 특전사에 지원했고 고공강하 요원이 됐다. 한창 때는 1주일에 3, 4일간 강하 할 정도였다. 바람이 세게 불어 목표지점에서 벗어나 산속에 착지했다가 수상한 사람으로 오인돼 경찰에서 조사를 받은 일도 있다. 4,000번 이상 뛰어내렸지만 강 준위는 지금도 강하 전에는‘반야심경’을 외우며 공포감을 다스린다고 한다. 그는 “어려움에 도전하고 극복해 얻는 성취감은 다른 일과 비교할 바 없다”며 “여군을 지원하는 후배들에게 특전사 강하요원을 추천하고 싶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낙하산을 타셨던 아버지의 군 복무 시절 사진을 보면서 일찌감치 특전사 지원을 결심했다”는 성현주 준위는 임관(91년) 초기에 훈련하던 기억만 떠올리면 고개가 절레절레 흔들어진다. 훈련기간(5주) 동안에는 매일 오전 5㎞ 완전군장을 한 채 산악 구보훈련을 한 뒤 하루 9시간씩 이미지 트레이닝을 수백번씩 했다고 한다. 성 준위는 “당시만 해도 한 해 두 차례씩 추락 사망사가 날 정도로 훈련 여건이 열악했다”며 “기절 직전의 상태에서도 자연스럽게 낙하산을 펼 수 있도록 훈련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가장 익히기 어려웠던 것은 낙하할 때 배를 내밀고 가슴을 펴는 훈련. 공포감에 본능적으로 낙하시 몸을 웅크리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몸이 뒤집어져 사고로 이어진다. 성 준위는 “선배들이 ‘배를 내밀라’는 말을 너무 많이 해 배를 내밀기 위해 한끼에 세공기씩 먹곤 했다”며 “나 스스로를 강하게 훈련시켜 지금까지 왔다는 점에서 자랑스럽고 행복하다”고 말했다.
50대에 접어들었지만 지금도 강하훈련 때면 힘이난다는 전명순 준위는 “하늘에서 몸을 펴 날고 싶을 때 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라며 “전역할 때까지 체력만 된다면 언제라도 뛰어내릴 준비가 돼 있다”고 웃었다.
특전사는 고고도 공중침투로 특수전 임무를 수행하는 전군 유일의 고공전문부대로, 고공강하는 76년부터 1기 교육을 시작해 25일 100기가 수료한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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