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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지경' 그리스 납세 기피로 죽을 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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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산 지경' 그리스 납세 기피로 죽을 지경

입력
2012.05.24 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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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천국' 그리스에서 최근 납세거부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정치ㆍ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국민이 세금 납부를 미루는 것인데, 이 결과 세수가 줄어 파탄 상태인 나라살림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그리스 세무 관리들을 인용해 수도 아테네와 제2도시 테살로니키 등의 세수가 이달 들어 15~30% 감소했다고 23일 보도했다.

익명의 재무부 관계자는 "재총선 결과와 그리스의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의식해 사람들이 세금 납부를 주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다음달 17일 재총선에서 좌파가 집권하면 세제가 바뀔 수 있다는 기대심리와 함께 유로존 탈퇴에 대비해 자국 통화(드라크마)보다 훨씬 높은 가치를 지닐 유로화 자산을 손에 쥐고 있는 게 유리하다는 생각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그리스는 전통적으로 지하경제 비중이 높고 납세 의식이 희박하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그리스 연간 탈루 세액은 국내총생산(GDP)의 25%인 307억 달러에 달한다.

납세 기피도 문제지만, 실제 세금 낼 여력이 없는 경우도 많다. 아브람 파니디스 회계사 협회장은 "적자를 낸 중소기업이 2010년 전체 20%에서 지난해 60%로 늘었다"고 밝혔다. 세금을 더 거두기는커녕 되레 환급을 해 줘야 할 상황이다.

급감하는 세수 탓에 국고는 예상보다 빨리 바닥을 드러낼 전망이다. 1~4월 그리스 정부가 거둔 세금은 161억5,000만유로로, 예상치(166억4,000만유로)에 훨씬 못 미친다. 올 경제성장률 역시 5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확실해 세수 감소 폭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먹고 살기 힘든 서민이 납세를 미루는 건 그렇다 쳐도, 부유층마저 탈세를 당연시하며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도외시하는 것은 문제다. 그리스 재벌들이 유로존 가입과 독점적 산업구조의 덕으로 성장했음에도 세금 사각지대에 안주하고 있다는 지적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뉴욕타임스는 23일 "그리스를 돕기 위해 바깥에서 돈을 쏟아 붇는 사이 해운, 석유, 가스, 은행업 등으로 부를 축적한 그리스 최고 부유층들은 몸을 숨기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리스 해운업은 지금까지 법으로 소득을 면세 받는 특혜를 누려왔는데, 세수가 급감하는 상황에서도 해운업자에게 세금을 부과하자는 주장을 찾아보기 어렵다. 해운업은 관광업과 함께 그리스에서 가장 많은 외화(2010년 130억유로)를 벌어들이는 산업이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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