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기업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한국 대법원 판결에 일본은 당황하면서도 애써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소송 당사자인 미쓰비시중공업은 징용 관련 소송이 이미 일본에서 마무리됐고 한국에서도 끝났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이 회사의 한 관계자는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판결 내용을 전해 들어 알고 있다"면서도 "판결문을 아직 확인하지 않은 만큼 뭐라고 코멘트할 입장이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였다. 이 회사는 앞서 2010년 제2차 세계대전 당시 군수공장에 한국인 노동자를 강제 동원한 사실과 관련, 당사자들과 협의에 나설 의향이 있다고 밝혀 이번 재판 결과가 실제 배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아사히(朝日)신문은 "원고가 제기한 소송과 관련, 일본 최고재판소(대법원)는 1965년 한일 청구권 협정으로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판단했다"며 "그러나 이번 한국 대법원의 판단으로 한국에서는 개인에 대한 배상의 길이 열렸고 향후 일본 기업을 상대로 한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교도통신도 "일본의 식민지 지배(일제강점기) 시기, 강제 징용된 한국인들이 미쓰비시중공업 등에 손해배상 등을 청구한 소송의 상고심에서 한국 대법원이 청구 기각한 원심을 파기하고 고등법원에 심리를 돌려 보냈다"며 "원고패소가 재검토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번 판결과 관련, 일본 정부는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고 있다. 강제징용과 일본 위안부 문제는 1965년 한일청구권 협정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가 지난해 12월 "인도적 견지에서 지혜를 짜내겠다"고 언급한 것을 계기로 한일 양국 실무자 차원에서 협상이 진행 중이어서 이번 판결이 배상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도쿄=한창만특파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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