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모터쇼가 24일 프레스데이를 시작으로 6월3일까지 열린다. 올해는 6개국에서 96개사가 참가해 151개 모델, 175대의 차량을 선보인다. 2001년 부산모터쇼가 시작한 이후 사상 최대 규모라고 한다. 세계 최초로 공개되는 신차(월드 프리미어)가 3종, 아시아 프리미어가 4종이며, 국내에 첫 선을 보이는 코리아 프리미어는 무려 24종에 이른다고 한다. 질적인 측면에서도 괄목한만한 성장을 이룬 것이다.
모터쇼는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전세계의 자동차를, 그것도 앞으로 출시될 자동차를 미리 만날 수 있는 축제의 장이다.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자신의 브랜드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기술력을 과시하는 각축장이기도 하다.
모터쇼의 또 다른 중요한 역할은 시장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뿐만 아니라 그 나라의 자동차 문화를 보여주는 창구의 역할을 한다는 점이다. 세계적인 자동차 강국들이 각자를 대표하는 모터쇼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이를 잘 알 수 있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 모터쇼, 미국의 디트로이트 모터쇼, 프랑스의 파리 모터쇼, 그리고 일본의 도쿄 모터쇼 등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한국의 모터쇼는 아직 국제 사회에서 충분한 인지도를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세계 5대 자동차 강국이라는 위상을 감안한다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모터쇼를 만들어 내는 것은 우리 자동차 산업에게 주어진 중요한 과제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모터쇼가 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방 잔치에서 벗어나 전 세계의 자동차 전문 저널리스트들이 모여들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무엇보다 국내 완성차 업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이제 한국의 자동차 브랜드들은 더 이상 글로벌 무대의 조연이 아니다. 그들이 선보이는 주요 신차들은 전세계가 주목한다. 핵심 신차들의 데뷔 무대가 국내 모터쇼가 된다면 해외 언론들의 방한이 증가할 것이고, 자연스럽게 한국의 모터쇼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게 된다.
물론 이미 주목도가 높은 해외 모터쇼 대신 한국 내 모터쇼를 선택하는 것이 국내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국내 모터쇼를 키워나간다는 차원에서 전략적인 선택이 선행되지 않으면 세계적 모터쇼를 길러내는 일은 요원한 바램이 될 뿐이다. 해외 언론들의 방문은 모터쇼 영향력 확대를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내는 것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중요한 신차들이 출시되고, 세계 언론들의 관심이 모아진다면 글로벌 자동차 업계의 유명 CEO들이 한국의 모터쇼를 찾는 일이 늘어나게 될 것이다.
아울러 단시간에 세계적인 모터쇼로 급성장한 중국의 양대 모터쇼를 연구해 전략적으로 활용하는 한편, 이들과 차별화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다.
상하이 모터쇼와 베이징 모터쇼는 세계 5대 모터쇼에는 포함되지 않지만 이미 그 위상은 5대 모터쇼 이상이다. 중국이라는 거대 시장의 특성 상 모든 글로벌 메이커들이 화제의 신차를 집중 투입한다. 때문에 글로벌 자동차 산업의 유명 CEO들은 물론 전세계 자동차 저널리스트들 역시 대거 방문한다. 규모 면에서 경쟁하기에는 버거운 것이 현실이다.
직접 경쟁이 어렵다면 차별화를 시도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차별화 전략을 통해서 세계적인 모터쇼로 도약한 제네바 모터쇼가 좋은 연구 사례가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제네바 모터쇼는 자동차 생산국이 아닌 나라에서 열리는 모터쇼라는 핸디캡을 특정 국가에 치우치지 않은, 중립적인 성격의 모터쇼다.
전자, 화학 등 자동차 연관 산업이 발달한 우리나라의 장점을 활용해 외국 CEO들이 흥미를 느낄 수 있는 방안을 만들어 내는 전략도 고려해 볼만 하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다. 역사가 길지 않은 우리나라의 모터쇼가 하루 아침에 세계적인 모터쇼가 될 순 없을 것이다. 하지만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전세계적으로 유례없이 빠른 성장을 거두면서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던 것처럼 한국의 모터쇼 역시 빠른 성장을 이뤄 세계인들의 주목을 끌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해 본다.
세계적인 모터쇼를 이뤄내기 위해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자동차가 주인공이 되는 모터쇼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만의 색깔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박동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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