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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일제 징용피해 배상 판결/ "식민지배 합법화 日판결, 우리 헌법과 충돌…수용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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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일제 징용피해 배상 판결/ "식민지배 합법화 日판결, 우리 헌법과 충돌…수용할 수 없다"

입력
2012.05.24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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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강제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 책임을 일본 기업들에게 물은 24일 대법원 판결은 크게 4가지 쟁점으로 나눠 분석할 수 있다. 대법원은 '일본 판결의 국내 효력 승인' 및 '청구권 소멸 여부' 등 4가지 쟁점 모두에서 일본 판결과 국내 하급심 판결을 뒤집고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법조계는 대법원의 이번 판단을 향후 유사 소송에서도 피해자들이 승소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줬다는 점에서 상당히 전향적인 판결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소송의 핵심 쟁점은 일본 법원의 확정판결 효력을 국내 법원이 인정을 하느냐 여부였다. 원고인 강제징용 피해자들은 이미 2002년과 2007년에 일본 최고재판소에서 패소 확정판결을 받았기 때문이다. 대법원은 이날 판결로 "일본의 확정판결을 승인할 수 없다"고 명확하게 밝힌 것이다.

그 동안 소송의 피고인 미쓰비시중공업 등은 '일제 당시의 강제징용이나 징용자 모집방식 등 강제동원 자체는 위법이 아니다'라는 논리를 펴왔다. 이 주장은 또한 피해자들이 일본에서 제기한 소송에 대해 일본 재판소가 내린 판단의 기준이기도 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일본 재판소의 판단은 일본의 식민지배가 합법이라는 인식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이것은 강제동원 자체를 불법이라고 보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의 핵심 가치와 정면으로 충동하고 있다"고 일축했다. 식민지배 자체가 불법이기 때문에 그 기간 동안 벌어진 징용도 한국의 헌법을 기준으로 본다면 위법이라고 해석한 것이다.

대법원은 이를 전제로 한국 법원이 일본 재판소와 모순되는 판단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미쓰비시중공업 등 피고의 주장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판단했다. 현행 민사소송법상 외국 법원의 판결을 국내에서 인정하려면 국내 사회질서에 어긋나지 않아야 한다는 규정에도 어긋난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었다.

대법원은 또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과 강제징용 피해자의 개별적인 배상 청구권을 구분해야 한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일본은 그 동안 한일청구권협정에 따라 일본이 국가 차원에서 한국에 배상을 했고, 협정의 적용 범위에 강제징용 피해자도 포함돼 되기 때문에 개별적인 소송은 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1965년 한일 국교 정상화 당시 체결된 한일청구권협정은 일본 정부가 한국에 경제협력자금을 제공하는 것과, 양국의 청구권 문제가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원고들의 손해배상 청구권은 협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적용 대상에 포함된다 하더라도 이는 다만 일본에서 제기될 개별적인 소송에 한국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외교적 보호권 포기'로 한정해야 한다는 게 재판부의 해석이다.

'강제징용 당시 일본 기업과 현재 기업을 같은 업체로 봐야 하는가' 하는 것도 쟁점이었다. 미쓰비시중공업 등은 1950년 일본의 기업재건정비법 등에 따라 해산된 후 다시 설립된 회사로, 기존 회사의 채무 이행 의무가 없다는 주장을 해 왔다. 하지만 대법원은 "두 회사를 다른 법인으로 보는 일본 법을 적용해 대한민국 국민에 대한 채무를 면탈하는 것은 용인할 수 없다"며 "한국 법률을 적용하면 두 회사는 자산, 영업 등이 동일한 법인으로 봐야 하므로 원고들의 청구권 행사는 정당하다"고 판단했다. 한국에서는 일본 법률이 아니라 국내법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대법원은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시효도 아직 지나지 않았다'고 밝혔다. 징용에 따른 피해를 본 것이 68년 전인 1944년의 일이지만, 국내에서 피해자들이 소송을 제기한 2000년 이전에는 소송 권리를 사실상 행사할 수 없는 장애가 있었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었다. 대법원 관계자는 "이는 그 동안 대법원이 국내의 과거사 정리와 관련된 소송에서 가해자의 소멸시효 주장을 제한해온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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