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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시트 이후 준비… 추락하는 유로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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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렉시트 이후 준비… 추락하는 유로화

입력
2012.05.2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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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는 달러의 뒤를 잇는 유력한 기축통화 후보였다. 사용 인구만도 17개국에 3억3,000만명. 하지만 요즘 위상은 말이 아니다. 그리스 몰락의 직ㆍ간접적 원인이 됐다는 점에서 '통합의 상징'에서 '위기의 상징'으로 전락했고 환율은 추락을 거듭하며 1.25달러대까지 떨어졌다.

23일(현지시간) 뉴욕 외환시장에서 유로ㆍ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0.8% 하락하며 1.2583달러에 마감했다. 2010년 7월 이후 22개월 만에 최저치로 장중 1.25달러 밑으로 추락하기도 했다. '1유로=100엔' 선도 무너졌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유로당 엔화 환율은 99.9엔으로 근 4개월 만에 100엔 밑으로 떨어졌다. 일본의 신용등급 강등에도 불구하고 엔화는 여전히 안전자산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유로화 가치 급락은 유로존 위기 해법을 두고 절충점 모색이 기대됐던 유럽연합(EU) 비공식 특별정상회의가 별다른 성과 없이 끝난 데 따른 것이다. 특히 유로본드(유럽공동채권) 도입을 두고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는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과 "효과 없다"는 메르켈 독일 총리가 맞서며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정상들은 "그리스가 유로존에 남기를 희망한다"는 원론적 수준의 성명을 내놓는데 그쳤다.

여기에 유로존이 그리스 탈퇴를 준비 중이라는 보도가 불안을 부추겼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유로존 관계자들을 인용해 유로존 재무장관들을 대리하는 전문가그룹 유로워킹그룹(EMG)이 21일 그리스를 제외한 16개 회원국 정부에 그렉시트(Grexitㆍ그리스의 탈 유로존)에 대비한 비상대책을 마련하도록 통보하는 방안에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그리스는 즉각 "허위 보도일 뿐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려는 그리스의 노력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유럽중앙은행(ECB)이 24일 "그리스 이탈 대응책을 마련 중"이라고 밝히는 등 그렉시트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

문제는 유로화의 추락이 남유럽 재정위기가 수면 위로 드러난 2009년 이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점. 2009년 세계 외환보유액 중 27.4%나 됐고, 국제채권 발행 비중(47.5%)이 달러화를 능가했으나 이후 줄곧 내리막을 걷는 중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그리스 사태를 계기로 유로화가 기축통화로 되기 위한 중요한 조건들이 훼손됐다"며 "유로화 환율이 대폭 하락하면서 유로화 안정성이 크게 떨어졌다"고 진단했다.

유로존 붕괴라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도 유로화가 예전의 위상을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향후 유럽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간헐적인 위기가 이어지면서 이전과 같은 강세 통화의 지위를 유지하기는 어렵다"(한은 보고서)는 게 공통된 진단이다. 이제 유로화가 미 달러화를 대신해 기축통화로 부상할 가능성은 낮아졌으며, 중국의 위안화 국제화 속도가 더욱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정대선 삼성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유로존 붕괴까지는 아니어도 타격이 심해진다면 유로ㆍ달러 환율이 다시 1대 1까지 추락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영태기자 yt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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