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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도 대물림할 건가/ (상) 유방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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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도 대물림할 건가/ (상) 유방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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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5.2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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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은 좋지 않은 식습관이나 운동 부족처럼 환자에게 적잖은 책임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갈수록 발병을 보는 시야가 넓어지고 있다. 이중 중요한 것이 생활습관을 형성하고 공유하는 가족이다. 실제로 일부 병들은 가족력이 중요한 원인으로 밝혀져 있다. 병을 예방하기 위해 개인만이 아니라 가족 전체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지 짚어보는 기획 '병도 대물림할 건가'를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엄마, 나야! 오늘은 좀 어때? 속은 괜찮아? 울렁거리지는 않고? 응, 다행이다. 엄마 아프니까 좋네, 뭐. 통화도 더 많이 하고, 안 그래?"

지난 3월에 유방암 수술을 받고 항암치료 중인 엄마에게 김다미(26)씨는 아무리 바빠도 꼭 하루에 한 번씩은 전화를 한다. 속이 울렁거리고 머리카락이 빠지는 건 항암치료의 대표적인 부작용이다. 김씨의 일터는 서울이고 엄마가 계신 곳은 지방이라 이렇게라도 안부를 챙겨야 마음이 놓인다. 무소식이 희소식이라며 연락 뜸했던 딸과 매일 통화하는 게 엄마도 싫지 않은 눈치다.

그러면서 김씨 역시 유방자가검진을 시작했다. 엄마가 유방암이면 자신도 같은 병에 걸릴 위험이 다른 사람들보다 2배 더 높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다.

몸에 밴 생활습관이 적

"엄마가 암이라니. 왜 하필 우리 엄마가…. 저야 직업이 간호사라 평소 암 환자를 많이 보니 그나마 좀 덜했지만, 오빠나 아빠에겐 정말 충격이었죠. 엄마 자신도 현미나 토마토, 발효음식 등 몸에 좋다는 음식을 챙겨 먹고, 간간이 운동도 했는데 왜 암이 생겼는지 도무지 모르겠다고…. 다행히 많이 진행되지 않은 1기라 한쪽 유방만 일부 절제했어요."

실제로 많은 환자들이 이유를 모른 채 유방암을 앓는다. 유방암의 약 75%가 명확한 원인을 찾기 어려운 산발적 유방암이다. 이 경우 학계가 가장 유력한 원인으로 지목하는 것이 바로 환경요인이다. 열량이 높은 음식을 많이 먹거나 맵고 짠 음식, 기름진 음식을 자주 먹으며 운동을 충분히 하지 않는 등 몸에 밴 나쁜 습관이 발병 원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습관이나 환경을 공유하기 쉬운 가족은 특별히 유방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발병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어머니나 자매가 유방암이면 자신도 같은 병에 걸릴 가능성이 2, 3배 커진다. 어머니와 자매 모두 유방암이면 발병 가능성은 8~12배까지 증가한다.

특히 폐경 이후의 생활환경이나 습관이 중요하다. 김씨 어머니의 주치의인 박찬흔 강북삼성병원 유방∙갑상선 암센터장(성균관대 의대 외과 교수)은 "폐경 후의 체중 증가는 유방암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인자 중 하나"라고 말했다.

20대부터 자가검진 시작

유방암 수술을 받고 나서 김씨의 어머니는 생활이 눈에 띄게 달라지고 있다. 수술 전엔 밤 9시까지 항상 가게에 나가 있었는데, 요즘엔 종종 남편에게 맡겨놓고 일찍 퇴근한다.

"사실 예전엔 너무 몸을 혹사시키며 일했던 것 같아요. 이젠 안 그러려고요. 매일 30분~1시간씩은 꼭 걷고, 잠도 충분히 자고 있어요. 손톱만한 암 정도요? 내가 이겨낼 수 있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해요."

변화는 엄마뿐 아니라 가족들에게도 왔다. 엄마 안부를 챙기느라 더 자주 연락을 하는 동안 서로의 스트레스도 보듬어주게 됐다. 엄마의 식사와 운동을 신경 쓰며 자신의 건강도 스스로 돌아보게 됐다. 특히 딸인 김씨는 지금까지 남 일이라 여겼던 유방암 위험에 대해 새롭게 눈을 떴다.

"엄마가 많이 (딸이 같은 병에 걸릴까)걱정하세요. 저도 솔직히 불안하죠. 아직 젊은 나이지만 그래도 자가검진 거르지 않고 초음파검사도 곧 한번 해보려고요."

박 센터장은 "어머니가 암이라는 불행을 겪었지만 이를 계기로 가족이 더 결속하고 검진에 대해 경각심을 갖게 된 건 좋은 일"이라며 "올해부터 한국유방암학회가 강조하려는 것도 바로 이 같은 '모녀관계'"라고 말했다. 가족력이 발병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방암에선 함께 생활습관을 바꾸고 정기검진을 받는 엄마와 딸의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뜻이다.

20세가 넘은 모든 여성은 유방암 자가검진 대상이다. 시기는 생리가 끝난 뒤부터 1주일 안에 하는 게 가장 정확하다. 유방이 보통 월경에 가까워질수록 단단해지기 때문에 정상 유선 조직을 암 덩어리로 오인할 수 있어서다. 월경 후 없어지는 덩어리는 걱정할 필요 없다. 양팔을 올리고 내린 상태에서, 손을 허리에 얹거나 누운 자세에서 각각 유방을 아래 위로 또는 작은 원을 그리며 만져봐야 한다.

가족력+유전인자=발병 확률 80%

가족 중에 유방암 환자가 여럿이면 전문의와 상담해 유전자 검사를 해보는 게 좋다. 가족력이 있으면서 암을 일으키는 유전자 변이도 가진 여성은 일생 동안 유방암에 걸릴 확률이 최대 80%로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유전인자는 남성을 통해서도 전달될 수 있다. 어머니에게 받은 유방암 유전인자를 아들이 갖고 있다가 자신의 딸에게 물려줄 수 있다는 얘기다.

박 센터장은 "유전자 변이 때문에 생기는 유방암은 전체 유방암 환자의 5% 정도"라며 "검사 결과 유방암 유전자 변이가 발견되면 예방약을 먹거나 별도의 정기검진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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