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필라델피아 세븐티식서스의 앨런 아이버슨(37∙180㎝)은 2010년 미국프로농구(NBA) 무대를 떠났다. 그 해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었지만 노쇠화에 따른 기량 저하로 어느 한 구단으로부터도 부름을 받지 못했다. 쓸쓸히 터키 베식타스에 새 둥지를 틀 수밖에 없었다. 몸은 멀리 있었지만 마음은 늘 NBA를 향했다. 아이버슨은 지난해 1월 종아리 부상으로 다시 미국에 돌아왔고, 이후 잠적했다. 때문에 은퇴설에 휩싸였다.
아이버슨이 긴 침묵을 깨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냈다. 아이버슨은 24일(한국시간) NBA 동부콘퍼런스 4강 플레이오프(7전4선승제) 필라델피아와 보스턴 셀틱스의 6차전 경기가 열리는 웰스파고 센터를 찾았다. 아이버슨의 등장에 체육관을 가득 메운 2만 여명의 관중은 기립 박수를 보냈다. 아이버슨은 많은 환대 속에 경기에 사용할 공을 심판에게 건넨 뒤 관중석으로 올라갔다.
아이버슨은 현지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은퇴라는 단어를 사용한 적이 없다. 여전히 농구를 원한다"며 "NBA에서 불러줄지 모르겠지만 기회가 주어진다면 행복하게 선수 생활을 마감하고 싶다"고 밝혔다.
아이버슨은 필라델피아의 상징과도 같다. 1996년 NBA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필라델피아 유니폼을 입고 데뷔 첫 시즌 평균 23.5점 7.5어시스트로 신인왕에 올랐다. 작은 신장에도 폭발적인 공격력을 앞세워 4차례 득점왕에 올랐다. 그래서 붙은 별명이 '디 앤써(The Answer)'다. 팀 승리의 해답을 준다는 의미다. 또 그는 "농구는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아이버슨은 필라델피아에서 10년간 뛰었지만 우승과는 인연이 없었다. 전력 보강에 소홀한 구단에 실망했다. 아이버슨은 이적을 요청해 2006~07 시즌 중 덴버 너기츠로 팀을 옮겼다. 이적 후 서서히 내리막길을 걸으며 디트로이트 피스톤스, 멤피스 그리즐리스를 거쳐 2009~10 시즌에 다시 친정 필라델피아로 돌아왔다. 그러나 예전의 기량은 나오지 않았고, 결국 NBA에서 뛴 마지막 시즌이 됐다.
한편 아이버슨의 응원을 받은 필라델피아는 이날 82-75로 보스턴을 꺾고 시리즈를 3승3패 원점으로 돌렸다.
김지섭기자 on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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