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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사상이 아니라 행동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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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화숙 칼럼] 사상이 아니라 행동이 문제

입력
2012.05.24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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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선과정의 부정을 바로잡기 위해 시작된 통합진보당 사태가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 정당 스스로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느닷없이 압수수색에 나서는 바람에 민주질서를 어긴 구 당권파에게 핑계거리를 준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그 후 몇몇 보수언론과 새누리당 국회의원들의 주도로 이 문제가 사상검열로 번지고 있다.

'주사파 국회의원은 있을 수 없다''사상을 가려내서 국회입성을 막아야 한다'는 둥 민주주의의 근간인 사상의 자유를 흔드는 망언을 민주주의 수호라는 깃발을 내세우며 마구 떠들어대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상은 문제가 없다. 사상은 문제가 되지 않아야 대한민국이 민주국가이다. 문제는 행동이다. 그걸 모른다면 당신이 지키려는 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라 당신 머릿속의 개인적 이해관계이다. 이 기회에 자기가 가진 사상만 옳다는 국회의원들 언론인들, 잘 들어라.

통합진보당 경선과정으로 돌아가서 이야기를 해보자. 구 당권파가 문제가 되었던 것은 이들의 행동이 민주주의의 가치와 질서를 어겼기 대문이다. 이들은 자기네 계파가 비례대표 후보에 당선되도록 가짜 당원을 등록시키고 대리투표를 하고 심지어 온라인투표를 조작했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이런 행위는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범죄다. 그들의 머릿속에 극좌가 있느냐 극우가 있느냐와 상관없이 바로잡아야 한다. 이런 행위를 그대로 둔다면 신뢰를 바탕으로 꾸려지는 민주사회 자체가 흔들려버리기 때문이다.

그들이 머릿속에 무엇을 믿느냐는 큰 문제가 아니다. 북한의 3대 세습독재가 온 천하에 알려진 상황에서 종북이라면 노예의 사상이다. 그러나 매저키즘을 즐기는 인간이 있듯 종북을 사상으로서야 왜 못 가지겠는가. 한민족만 우월하다느니 공산주의는 나라를 팔아먹는 사상이니 척결해야 한다는 수구 사상 역시 우습지만 그 생각을 가진 이들에게는 그렇게 생각할 자유가 있다. 어느 쪽이든 그 사상이 민주주의 공화국인 대한민국의 질서를 어기는 행동으로 나아가면 그건 안 된다. 나와 생각이 다르다고 박원순 서울시장의 뒷덜미를 친다거나 가스통을 들고 시내로 나와 위협하는 수구의 행동과 경선부정을 저지른 구 당권파의 행동은 똑같이 민주주의의 적이다. 사상이 아니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행동이 범죄이다.

그런데도 문제의 핵심은 보지 않고 이 기회에 좌익 사상의 자유를 옥죄는 기회로 삼는다면 그 행동도 역시 민주주의의 적이다.

통합진보당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가 그만 두어야 한다면 그들이 종북이어서가 아니라 민주주의 질서를 어겼기 때문이다. 편법과 불법을 다스리지 않으면 공익을 기반으로 한 국가라는 공동체는 유지되지 않는다. 방송통신위원장이나 대통령 측근이라는 공직의 힘을 업고 뇌물을 받은 최시중 이상득씨의 죄를 엄격히 다스리고 공영방송사의 공금을 부동산 투기나 가까운 이에게 마구 쓴 의혹을 사고 있는 문화방송 김재철 사장의 죄를 명확히 밝혀야 하는 것도 똑 같은 이유에서이다. 파이시티 뇌물 사건이 수사중인 상황에서 주요 참고인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외국으로 떠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는 것도 똑 같은 이유에서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숱한 장관 후보자들이 편법 탈법이 밝혀지고도 자리에 올랐다. '위장전입은 필수'라는 말까지 돌았다. 이번에 이석기 김재연 당선자도 통합진보당의 징계를 피하기 위해 위장전입을 했다. 민주주의 질서를 어기는 이들의 행동은 좌냐 우냐 상관없이 똑같다는 걸 보면 편법을 일삼아온 부패 우익이 부정을 일삼는 극단 좌익을 키운 자양분이다.

그러니 그들에게 애국가를 부를 것인가를 물을 게 아니라 행동에 책임을 지게 해야 한다. 또한 검찰은 그들만큼이나 공공의 질서를 어지럽히는 대통령 측근의 부패를 더 엄정하게 파헤쳐야 할 것이다.

서화숙 선임기자 hssu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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