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입덧을 한다? 최근 KBS 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의사 남편으로 나오는 방귀남(유준상)이 임신 중인 아내 대신 입덧하는 모습이 방영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실제로도 일부 예비아빠가 마치 임신부가 입덧하는 것처럼 입맛을 잃고 메스꺼움과 헛구역질, 구토 같은 증상을 경험하기도 한다. 임신부처럼 살이 찌거나 수면 패턴이 바뀌거나 드물게는 진통, 산후우울증과 비슷한 증상을 겪는 남성도 있다.
의학에선 이를 쿠베이드(꾸바드) 증후군이라고 부른다. 증상은 대부분 임신 3개월쯤 가장 심하다 점차 약해지지만, 임신 말기에 다시 심해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뿐 아니라 세계 여러 문화권에서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쿠베이드 증후군의 정확한 원인은 아직 모르지만 여러 가지 설이 있다. 페로몬 같은 각종 생체물질에 남편의 몸이 반응하는 거라는 설, 아내의 임신과 출산을 전후로 남편도 호르몬의 변화를 겪기 때문이라는 설 등이다. 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 박창해 교수는 "실제로 쿠베이드 증후군 증상을 호소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성 관련 호르몬의 패턴이 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었다"고 말했다.
가장 설득력 있는 것은 심리적, 정신적 영향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자신을 아내와 동일하게 여기거나 곧 아빠가 된다는 사실 때문에 긴장하고 불안해하는 마음이 스트레스로 작용해 이상 증상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여성의 출산에 대한 남성의 시기와 질투의 표현이라고 보는 설도 있다.
쿠베이드 증후군에 대해 의학적으로 입증된 치료법은 없다. 박 교수는 "대부분 그때그때 나타나는 증상에 대해 보조적인 치료를 한다"며 "입덧이 심하면 생강차를 먹는다든지 하는 민간요법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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