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의사협회의 이기주의가 도를 넘었다는 지적(본보 24일자 2면)이 제기된 가운데, 국내 건강보험 정책을 결정하는 의결기구인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 위원 일동이 이례적으로 의협을 비난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의협이 24일 포괄수가제 시행에 대한 합의 사항을 뒤엎고 건정심 회의에서 퇴장한 데 대한 비판이다.
건정심 위원 중 의협 측 2명을 제외한 22명은 이날 발표한 결의문에서 “개인자격이 아닌 의협 대표로 참석한 위원들이, 종전 의협 집행부와 충분히 협의하고 건정심에서 의결된 사항에 대해 집행부가 바뀌었다고 해서 반대하는 것은 유감”이라며 “건정심 위원 전원은 직역과 상관없이 그 의견을 존중하는 회의체로서 의협에 합리적인 의견 도출을 위해 머리를 맞대고 다시 논의할 것을 요청하며 의협의 변화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의협은 7월부터 7개 질병군(맹장ㆍ치질ㆍ제왕절개) 수술 입원환자에게 질병별로 미리 정해진 진료비만 받도록 하는 포괄수가제를 동네의원ㆍ병원급(종합병원급 이상 제외)에 의무 적용하기로 한데 대해 반발해 왔다.
사공진 건정심 부위원장(한양대 교수)은 “이미 2월에 포괄수가제 의무적용 방안은 의결됐고, 오늘은 포괄수가 적용 질병에 대한 수가(건강보험 진료비) 인상방안을 논의하기로 했는데, 의협이 포괄수가제 적용 문제를 다시 들고 나오면서 수가 문제는 논의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위원들은 “다른 위원들도 자신들이 손해를 볼 정책에 대해서는 반대표를 던지지만 그래도 합의 자체는 존중한다. 의협은 합의 자체를 부정하겠다는 것이냐”고 성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의협이 24명으로 구성된 건정심에 의사가 3명뿐이어서 너무 적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 박민수 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의료서비스 공급자가 의사만 있느냐”며 “한의사, 치과의사, 간호사, 제약사, 약사 등을 당연히 모두 포함해서 구성한 것인데, 그나마 의사는 3명으로 많은 편”이라고 말했다.
이진희기자 rive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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