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시티 개발사업 인허가 관련 청탁과 함께 8억여원을 받은 혐의로 구속된 최시중(75) 전 방송통신위원장이 법원의 허가도 없이 구치소 직권으로 풀려나 외부 민간 병원에서 미리 예약했던 수술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법원은 이런 사실도 모른 채 최 전 위원장 측이 구속집행정지를 신청한 데 대해 23일 공개 심리를 열었다가 곧바로 공개를 취소하는 해프닝까지 벌어졌다.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23부 주재로 열린 최 전 위원장에 대한 구속집행정지 심리에서 정선재 부장판사는 "당초 수술의 필요성과 긴급성에 대해 들어보기 위해 심문 기일을 잡았는데, 최 전 위원장이 병원에서 이미 수술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돼 당황스럽다"고 말했다. 검찰 측은 이에 대해 "최 전 위원장이 구치소에서 외부 진료를 갔다는 것을 법무부를 통해 21일 오후에 알았다"고 해명했고, 최 전 위원장 변호인도 "구속집행정지 신청 이후에 알았다"고 말했다.
법무부에 따르면 서울구치소는 법원과 검찰에 알리지도 않고 지난 21일 오전 최 전 위원장의 외부 병원 입원 및 수술을 허가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 37조1항에 따르면 어떤 수감자든지 법원이나 검찰의 허락을 따로 받지 않고 구치소 의료진의 판단에 따라 구치소장이 외부 병원 진료를 허락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구치소장 직권으로 외부 병원 진료를 허락하는 경우는 응급상황이 아니면 드물다는 점에서, 정권 실세 인사에게 특혜를 준 것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중앙지법 관계자는 "수감자가 구속집행정지 심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구치소 외부로 나가 수술을 받은 경우는 이전에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서보학 경희대 법대 교수는 "법적으로 구속집행정지 권한은 원칙적으로 법원과 검찰에 있다"며 "행정부가 수감 중 발병하거나 당일 쓰러지는 등 응급상황에 처한 것으로 보이지도 않는 최 전 위원장에 대해 법원에서 적법 절차를 밟지 않고 사실상 구속집행을 정지한 것은 특혜로 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최 전 위원장은 이날 오전 7시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삼성서울병원 심장혈관외과에서 혈관기형에 의한 복부대동맥류 수술을 받았으며 오후 1시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 특실에 입원했다. 주간 3명 야간 6명의 구치소 직원이 병실을 지키고 있으며 가족 등의 면회도 가능하다. 최 전 위원장이 고령인 점을 감안하면 퇴원까지는 한 달여가 걸릴 것으로 병원 관계자들은 예상했다.
김청환기자 ch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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