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부정경선 의혹과 중앙위원회 폭력사태 등에 대해 전면적인 수사에 나선 가운데, 이번에는 경찰이 좌파단체와 제주 강정마을회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진보단체들은 "정권 말 공안 정국을 만들기 위한 무리한 수사"라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은 23일 노동해방실천연대(이하 해방연대) 소속 운동가 최모씨 등 4명에 대해 국가변란 선전선동단체 구성ㆍ가입, 찬양ㆍ고무 등 혐의(국가보안법 제7조 1·3·5항 위반)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경찰에 따르면 최씨 등은 사회주의를 표방하는 단체를 구성, 이적 선전물을 만들고 자본주의체제 전복을 꾀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 중 1명은 건강보험관리공단 직원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전날 서울 용산의 해방연대 사무실과 서버관리업체 2곳을 압수수색했다.
해방연대는 사회주의 노동자운동 조직으로, 평등연대라는 이름으로 옛 민주노동당 내 의견그룹으로 활동하다 2008년 민노당과 진보신당이 갈라선 이후 독자 활동을 해 왔다. 이 단체는 주사파나 종북주의 논란을 일으키고 있는 민족해방(NL)계열이 아닌 민중민주(PD)계열이다. 보안당국이 PD계열 운동가들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한 것은 올해 들어 처음이다. 이 때문에 당국이 통합진보당 사태를 계기로 진보좌파 단체에 대한 전면적 단속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제주지방경찰청도 제주해군기지 반대운동을 벌여 온 서귀포시 강정마을회의 기부금품 모금에 대해 불법성 여부를 수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현행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은 기부금이 1,000만원을 넘으면 시ㆍ도지사, 1억원이 넘으면 행정안전부장관의 허가를 받고 등록해야 하는데 무등록 상태에서 걷은 강정마을회의 후원금이 1억원 이상으로 알고 있다"며 "강동균 강정마을회장 등을 상대로 위법 여부를 따져볼 것"이라고 말했다.
강정마을회는 4년 전부터 인터넷 등에 공개한 공식계좌를 통해 후원금을 받아왔다. 이런 상황에서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강정마을회와 해군기지 반대 단체들은 "경찰의 수사 의도가 의심스럽다"며 "해군기지를 반대하는 측의 숨통을 조이기 위한 음모"라고 주장했다.
안진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해방연대가 폭력혁명 시도를 한 것도 아니고 단체의활동이 학습 수준인데도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것은 헌법에 보장된 사상의 자유를 짓누르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경찰 내부에서도 회의적 시각이 나오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지난해 PD계열인 사회주의노동자연맹 사건 때 법원에서 영장이 기각됐다"며 "NL계열과 달리 PD계열의 경우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은 상태에서 경찰이 너무 앞서가는 게 아닌지 걱정들이 많다"고 전했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제주=정재환기자 jungj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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