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을 둘러싼 이통사들의 치열한 경쟁이 속도 싸움으로 번지면서 속도 조작 의혹까지 일고 있다. 일부 업체들이 가입자 유치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실제보다 속도가 빠른 것처럼 데이터 조작까지 하고 있다는 주장이다.
23일 정부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LTE 속도 측정 사이트들에 올라온 데이터 전송속도가 최근 갑자기 치솟으면서 속도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특히 같은 기간 서로 다른 속도 측정 사이트에 게재된 결과가 2배 이상 차이 나 이 같은 의혹을 부추기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LTE 속도를 의도적으로 부풀린 것이라면 조사를 거쳐 행정 지도를 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20~30Mbps를 유지하던 일부 이통사의 LTE 내려받기 속도가 한 달 새 2배 가까이 치솟았다. 속도 측정 사이트 A의 경우 4월 22일 LTE 내려받기 속도가 평균 SK텔레콤 31.8Mbps, KT 30.3Mbps, LG유플러스 24.1Mbps를 기록했으나 5월13일부터 SK텔레콤 52.9Mbps, KT 51.4Mbps로 치솟았고 이날 현재 SK텔레콤 59.1Mbps, KT 56.1Mbps, LG유플러스 37.3Mbps를 기록했다. 방통위 관계자는 "LTE는 이통사들의 통신망과 기술방식이 크게 차이가 없어 속도 차이가 현격하게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도 "전송 속도가 갑자기 2배 이상 빨라지는 것은 이상하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속도 측정 사이트들 간에 결과도 크게 다르다. 속도 측정 사이트 B에서는 이날까지 최근 1주간 LTE 내려받기 평균 속도가 SK텔레콤 19.5Mbps, KT 19.0Mbps, LG유플러스 22.8Mbps를 기록해 일부 이통사들의 속도가 A사이트와 2배 이상 차이가 났다.
속도 측정 사이트들은 누구나 스마트폰에 속도 측정용 앱을 내려받아 설치한 뒤 측정해 사이트로 전송하면 평균값을 게재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따로 검증을 거치지 않기 때문에 실제 속도와 차이 여부를 판별하기 힘들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누군가 인위적 프로그램을 이용해 빠르게 나온 것처럼 조작한 속도 측정 결과를 일부 사이트에 보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업계 전문가들이 일부 속도 측정 사이트에 올라온 5월13일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일부 이통사의 측정 값은 당일 사람들이 사용하지 않는 심야 시간에 같은 장소 7군데서 5,030회 측정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일 특정 인터넷 주소 2개에서만 1만1,507회 속도를 측정하는 등 비정상적인 수치가 확인됐다. 업계 전문가는 "속도 측정에 쓰인 동일 휴대폰 고유주소(맥어드레스)가 1시간 15분 사이에 도저히 이동 불가능한 거리인 수원 제주 김해 전주시 등에서 잇따라 발견됐다"며 "심지어 일부 휴대폰 맥어드레스는 아예 존재하지 않아 휴대폰이 아닌 프로그램으로 만든 속도로 의심된다"고 주장했다.
일선 대리점 등은 이 같은 속도 측정 결과를 내세워 가입자를 유치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속도조작이 사실이라면 있어선 안 되는 행위"라며 "사실과 다른 내용으로 이용자들이 불편을 겪는다면 사실 조사 등을 거쳐 행정지도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일부 이통사들은 뚜렷한 답을 하지 못했다. 이통사 관계자는 "처음 듣는 일"이라며 "사실을 확인해 보겠다"는 입장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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