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 농장에서 광우병 젖소가 발생한 후 한 달 동안 미국산 쇠고기 국내 판매량이 최대 3분의 2나 떨어지는 등 국민들의 불안감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정부는 미국산 쇠고기 안전만을 강조하며 허술한 검역주권은 방치한 채 실효성 없는 개봉검사만 지속하고 있어 비판이 거세다.
미국산 쇠고기 판매 급락
23일 대형마트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광우병 발생 전후 한 달간 미국산 쇠고기 판매액은 대형마트 3사에서 45∼67% 떨어졌다. 이는 광우병 발생 초기 미국산 쇠고기 판매액이 급감한 이후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이 가라앉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산 쇠고기 국내시장 점유율이 10%에 불과해 변동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난 점도 있지만 핵심은 소비자들이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불신을 거둬들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산 쇠고기 매출하락으로 한우와 호주산은 반사이익을 얻었다. 홈플러스의 경우 호주산과 한우가 각각 4%씩 매출이 늘었다. 또한 쇠고기 대체재인 돼지고기도 2∼10% 늘었다.
하지만 정부는 소비자들의 불신은 외면한 채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실효성이 의심받는 50% 개봉검사를 유지하고 있다. 검역강화 철회시기에 대해서도 정부는 여론만 살피고 있는 실정이다.
다행히 2008년 학습효과와 미국산 쇠고기 안전성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4년 새 다소 개선돼 극한 사회적 갈등을 겪었던 예전 모습은 나타나지 않았다. 또한 수입위생조건에 따라 미국에서 협상재개를 요청해 오면 일주일 내 응해야 하지만, 국내 여론악화를 내세워 광우병 발생 빈도가 높은 30개월령 이상 쇠고기에 대한 미국의 수입 압박에 대해서는 다소 여유를 갖게 됐다.
검역주권 개선 요원하나
이번 광우병 사태에도 불구하고 검역주권 개선은 요원해 보인다. 광우병이 발생해도 검역을 중단하지 못하고 현지 조사단이 농장주조차 만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며 많은 국민들이 답답함을 느꼈다. 여기에는 2008년 수입위생조건 협상과정에서 관련법과 수입위생조건에 검역중단과 수입중단을 명문화하지 못한 정부와 국회의 직무유기에 큰 책임이 있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정부가 "현실적으로 현재 검역주권이면 충분하다"며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진 시각을 고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최소한 주변 국가 수준 정도로는 수입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대만은 유럽연합(EU) 기준을 적용해 국제수역사무국(OIE)가 광우병특정위험물질(SRM)로 규정한 내장 일부분인 회장원위부(소장 끝 2m 부위)뿐 아니라 내장 전체를 수입하지 않는다. 일본도 대만처럼 내장 전체를 수입하지 않으며 광우병 발병 확률이 희박한 20개월령 미만만 수입하고 있다. 우석균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은 "우리나라는 월령 확인이 완벽하지 않고 정부 감독권한이 미치지 않는 '품질평가체계(QSA) 프로그램'에 따라 수입되지만 일본은 미 농무부 승인을 획득한 쇠고기만 수입하는 등 우리나라의 검역주권은 주변국에 비해 허술하기 짝이 없다"고 주장했다.
배성재기자 passi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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