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K텔레콤은 특이한 채용을 진행 중이다. 이른바 소셜매니저 공채다. 소셜매니저란 SK텔레콤의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 블로그 등 사회관계형서비스(SNS)를 관리하는 직책이다.
이를 위해 SK텔레콤은 학력 성별 나이 국적 등을 일체 따지지 않고 오로지 SNS 관리 능력만 평가한다. 전형도 특이하다. 페이스북에 청춘을 소개하는 글을 올려 '좋아요'를 가장 많이 받도록 하거나 유튜브 등을 이용해 자신을 소개하는 식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조건보다는 해당 업무에 가장 필요한 사람을 뽑는 게 중요하다"며 "조건을 철폐하자 2명 선발에 1,100명이 지원했고 탐나는 인재들이 많아 다음달 최종 선발을 앞두고 고민이 많다"고 말했다.
대기업의 인재 채용 공식이 깨지고 있다. 과거처럼 굳이 4년제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꼭 한국사람이 아니어도 입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있는 것. 그 동안 채용 때마다 어김 없이 따졌던 학력 성별 국적 신체조건 등 이른바 4가지 필수조건을 불문에 부치는 탈스펙채용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아 가고 있다.
현재 LG생활건강이 진행 중인 면접에는 외국인 지원자들이 잔뜩 몰렸다. 모두 국내 대학에서 유학한 중국인들이다. LG생활건강은 이 가운데 10명을 뽑아서 1년 동안 국내에서 근무를 시킨 뒤 사업을 확대하는 중국 법인으로 보낼 예정이다. 왜 현지 채용을 하지 않고 국내 유학생들을 뽑을까.
이유는 국내와 현지의 가교 역할을 위해서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해외에서 현지 채용하다 보니 본사 사정을 너무 몰라서 소통에 문제가 있다"며 "양쪽의 문화와 언어를 모두 아는 사람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은 이들 중에서 향후 법인장이 나올 수 있도록 육성할 계획이다.
LG전자도 마찬가지. 지난해 3분기 신설한 '글로벌 탤런트 트레이닝'을 통해 국내 거주 외국인들만 뽑고 있다. 이를 통해 아시아 중국 등 신흥국 출신 30여명을 뽑아 1년 동안 국내에서 교육을 한 뒤 현지 법인에 파견한다. KBS 프로그램 '미녀들의 수다'에 고정 출연했던 서울대 언론정보학 석사 출신인 베트남 여성 원시 투흐엉씨도 지난해 말 이 프로그램을 통해 채용돼 사내에서 화제가 됐다. 그는 현재 마케팅본부 북인천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러나 LG전자는 이 프로그램의 외부 노출을 꺼리고 있다. 어차피 채용할 수 있는 인력이 한정돼 있는데 알려져 다른 기업들도 따라 하면 곤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졸 공채도 부쩍 늘었다. 삼성그룹은 올해 대졸보다 고졸 사원을 더 많이 뽑는다. 올해 채용하는 2만6,000여명의 신입 사원 가운데 대졸은 9,000명, 고졸은 9,100명을 뽑을 예정이다. 당초 계획은 고졸도 9,000명을 뽑을 예정이었으나 지원자 접수 후 100명이 더 늘었다. 원기찬 삼성전자 인사팀장(부사장)은 "선발자 중 20%는 대졸 출신 못지 않거나 그 이상 실력을 갖춰 당장 실무에 투입해도 될 정도로 뛰어나다"며 고졸 채용 규모를 늘린 이유를 밝혔다.
SK그룹도 스펙보다 능력을 강조하는 최태원 회장의 지론에 따라 올해 사상 처음 고졸 공채를 진행하기로 하고 23일 원서 접수를 시작했다. SK는 올해 채용 예정인 7,000여명의 신입 사원 가운데 30%인 2,100명을 고졸 출신으로 뽑을 예정이다. SK 관계자는 "최근 600명의 인턴을 뽑을 때도 지원서에서 학점이나 어학 점수 등 조건을 묻지 않았다"며 "학력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사회 분위기 조성을 위해 열린 고용을 확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여성과 장애인 공채도 늘고 있다. 삼성은 올해 해군사관학교를 나온 여성 장교 2명을 뽑았으며 현재 임관을 앞둔 학생군사학교(ROTC) 출신 여성 장교 1기생들을 대상으로도 채용을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 삼성전기,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 등은 올해 장애인 공채를 통해 6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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