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증시 역사상 가장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데뷔한 페이스북의 기업공개(IPO)가 월가 대형 금융사의 의도적 농간이 개입된 ‘거품잔치’였다는 정황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과도한 물량이 풀린 페이스북의 주식 가격은 연일 바닥을 쳤고 이로 인해 대규모 손실을 본 투자자들은 아우성을 치고 있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미 증권당국이 페이스북 IPO 과정에서 상장 주간사를 맡았던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22일 보도했다. 모건스탠리는 IPO 직전 페이스북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내부 정보를 확인하고도 이를 소수 투자자에게만 알린 채 일반에 공개하지 않았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IPO에 참여해 주식을 매입한 일부 투자자들은 “페이스북의 성장 전망이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숨겼다”며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와 모건스탠리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로이터통신이 전했다.
뉴욕타임스도 상장일(18일) 며칠 전 페이스북의 2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저조할 것이라는 사실을 전해 들은 일부 기관투자가들이 페이스북 주식을 사들이지 않은 반면 이를 모르던 개인 투자자들은 대량으로 페이스북 주식을 매입했다고 보도했다.
다른 의혹도 터져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모건스탠리가 다른 주간사 등의 의견을 무시하고 상장 물량을 과도하게 늘리고 공모가도 높게 잡았다고 전했다. 페이스북 공모가는 당초 주당 28~35달러로 예상됐으나 상장 하루 전 38달러로 책정됐고 발행 주식 역시 계획보다 25% 정도 늘어난 4억2,120만주로 결정됐다. 그러나 주식의 고평가, 저평가 여부를 측정하는 기준인 주가수익비율(PERㆍ주당 가격을 주당 이익으로 나눈 값)로 보면 페이스북 PER은 74배에 달해 나스닥 평균 15.4배, 애플 13.6배를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결국 시장이 소화할 수 있는 물량 이상의 주식을, 그것도 기업 실적이 나빠질 것이라고 예상하면서도 높은 가격에 풀었기 때문에 주가 하락이 불가피했다는 얘기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정보에 어두운 개미들만 손해를 본 셈이다.
공모가 38달러 짜리 페이스북 주식은 상장일인 18일 42.05달러의 시초가로 시작했으나 결국 공모가를 간신히 지킨 38.23달러로 장을 마쳤다. 21일에는 34.23달러로 11% 하락했고 22일에는 31달러로 다시 미끄러졌다. 3거래일만에 시초가 대비 26%가 빠졌고 시가총액 302억달러가 공중으로 사라졌다.
이영창기자 anti092@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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