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안보리 결의안이나 여러 주변국의 만류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지난달 13일 장거리탄도탄 발사를 감행했다. 미사일 발사는 실패로 끝났지만 이제 북한의 3차 핵실험 여부에 세계적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김정은의 통치체제를 다지기 위해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그리고 국지 도발이나 비대칭전력을 이용한 기습도발 등을 시도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최근 여러 언론 매체를 통해 우리 정부를 강력히 비난하고 차마 입에 담기조차 거북한 욕설들을 퍼부어가며 여러 형태의 도발을 감행할 준비가 되어있다고 위협해 왔다.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핵실험의 구체적 징후나 군사적 도발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그러나 현 상황이 곧 남북관계의 안정화를 의미하는 것은 아닐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끓임 없이 북의 도발을 억제하고 유사시 철저히 응징 보복할 수 있는 능력을 강화해 나가야할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달 19일 국방과학연구소 방문 시에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선 최신 무기체계를 바탕으로 강력한 힘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방부 장관도 기회 있을 때 마다 만약 북이 도발하면 도발 원점까지 철저히 응징하겠다는 발언을 해 왔다.
그러나 막상 올해 국방예산을 살펴보면 완벽한 국방태세는 구호에만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를 금할 수가 없다.
참여정부에서 마지막으로 편성했던 2008년도 국방예산은 GDP 대비 2.6%였으나 올해엔 2.42%로 감소했다. 전년 대비 국방비 증가율도 2008년 8.8%에서 올해 5%로 둔화했다. 국방비 증가율 5%는 올해 총 정부예산 증가율 5.3%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며, 그나마 인건비, 복지비, 장비유지비 등 전력운영비는 6.2% 증가한 반면 전력 증강 부문인 방위력 개선비는 물가 상승률에도 한참 못 미치는 2.1% 증가에 불과했다. 올해 방위력 개선비의 실질 구매력은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이다.
방위력개선비 증가율 2.1%도 군별 배분을 들여다보면 더욱 많은 문제들을 안고 있다. 육군은 지난해 대비 방위력 개선비가 17% 늘었고 해군은 2.8% 증가한 반면 공군은 무려 11.3%가 감소했다.
우리군은 지금 북한의 국지도발과 비대칭전력에 의한 도발을 억제하고 유사시 적의 도발 원점까지 타격할 수 있는 응징보복 능력을 확보해야 한다. 또한 2015년 연합사 해체와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대비해 그동안 미군에 의지해 왔던 감시정찰 능력과 은밀 침투 및 정밀타격, 그리고 견고화된 지하시설 파괴 능력 등 북한군이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무기체계들을 확보해야한다. 이러한 전력은 대부분 공군에서 운용해야할 무기체계들이다. 그런데 공군의 방위력개선비가 전년 대비 11.3%나 감소했다는 것은 뭔가 크게 잘못된 현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물론 단 년도 예산만 두고 보면 특정 사업이 종결 되거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감액 될 수밖에 없었다는 변명이 있을 수도 있겠으나, 국방부는 이런 상황이 되지 않도록 합리적인 중장기 예산 계획을 수립·집행했어야 한다는 지적을 면치는 못할 것이다.
어쩌면 전투형 군대를 건설 한다거나 창끝 부대를 강화한다는 국방부의 방침에 따라 전술적 무기체계 확보에 치중한 결과일 수도 있다. 우리군은 이제 전투형에서 전략형으로 바뀌어야한다. 무기체계도 적의 심장부를 비롯한 전략적 표적들을 타격할 수 있는 전략형 무기체계 확보에 더 중점을 둬야 한다.
지금쯤 정부 각 부처는 2013년도 예산 요구안 편성에 분주할 시기이다. 내년 국방 예산은 정부나 국회가 공히 우리의 안보 상황을 정확히 인식하고 북한의 위협과 도발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 나갈 수 있도록 과감한 투자가 이루어져야할 것이다. 지금 우리가 절실히 필요로 하는 전략형 무기체계 확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이한호 전 공군참모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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