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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백범의 소원 잠실에 꽃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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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백범의 소원 잠실에 꽃피나

입력
2012.05.23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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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직 한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문화의 힘은 우리 자신을 행복하게 하고 나아가서 남에게 행복을 주겠기 때문이다."

백범 김구 선생은 '나의 소원'이라는 글에서 이처럼 문화강국의 비전을 밝혔다. 인류에게 부족한 것은 무력도, 경제력도, 자연과학도 아니고, 인의와 자비와 사랑이며, 이를 키우는 것은 오직 문화라고 덧붙였다. 백범의 소원은 100년이 지난 오늘까지도 미완의 과제로 여겨진다.

흔히 선진국을 말할 때 경제력을 갖췄다고 해서 선진국이라고 하지는 않는다. 오일머니로 무장한 중동의 국가들을 부러워하지 않는 이유, 거대한 땅덩어리를 가진 대국들과 상대해서도 우리가 기죽지 않는 이유도 바로 이 문화의 힘이다.

정치경제적 시각에서 볼 때 문화의 힘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나라는 프랑스다. 프랑스는 일찍이 중세 르네상스의 한 축으로서 근대에 이르기까지 문화의 힘으로 국가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부를 창출해왔다. 게다가 현대에 이르러서는 문화를 새로운 먹거리로 재생산하는데 성공했다. 지금까지 파리는 가장 많은 예술가들이 동경하는 세계적인 예술도시이며, 문화 예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 관광산업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두말할 나위 없이 자국 문화에 대한 파리지앵들의 자부심도 상당하다.

그런 파리 한복판에 기절초풍할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6월 '르 제나트 드 파리' 공연장에서 열린 K팝 공연이 1만 4,000명의 프랑스 관객들로 가득 찬 것이다. 동양 문화를 한 수 아래로 보던 프랑스 10대들이 우리 가수들을 보기 위해 드골 공항부터 파리 전역을 북새통으로 만들었다. 2월 한 방송사 가요 프로그램의 파리 현지 녹화에도 1만 여명의 파리지앵들이 운집해 영하 8도의 날씨 속에서 길게 줄을 늘어서가면서 공연을 관람했다니 참으로 뿌듯한 일이다.

5,000년 우리 역사에 이처럼 우리 문화를 세계에 전파하고 과시했던 유례가 있었던가. 드물지만 그 시작은 한성백제 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근초고왕 당시 백제는 처음으로 일본에 한학을 전했으며, 박사 왕인은 일본 태자의 스승이 되어 일본 문화를 깨우치는 중요한 역할을 했다. 찬란했던 백제의 예술품들은 동아시아 각국으로 뻗어나갔다. 그리고 2,000년전 한성백제의 수도였던 위례의 문화적 영감은 현재의 잠실벌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사실 잠실지역이 K팝 전용 대형 공연장 후보지 중 하나로 세간에 회자되는 것은 당연하다. 잠실종합운동장은 1988년 올림픽 개최 이후 주로 대규모 문화 공연장으로 활용되어 왔다. 요즘도 유명한 외국 가수나 국내 아이돌들의 대형 콘서트 장으로 우선 언급되는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최소한의 리모델링 공사로 조기에 2만 명 이상 수용 가능한 대형 K팝 공연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잠실종합운동장이 갖는 최고의 장점이다.

또 한 가지는 편리한 교통이다. 잠실운동장 주변 지역은 애초에 올림픽주경기장을 염두에 두고 도로나 대중교통 등의 인프라가 마련됐다. 때문에 대규모 인원이 안전하고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다. 특히 김포공항과 직통하는 지하철 9호선이 완공되면 2호선과의 환승역으로서 공연 관람객들의 편의성이 증대될 것으로 보인다.

마지막으로 한류 관광객의 급증에 따른 인근의 관광인프라다. 3월 지정 고시된 잠실관광특구는 공연장을 찾는 한류 관광객의 시선을 다시 한 번 붙잡을 매력적인 지역이다. 2015년이면 서울의 랜드마크로 급부상할 123층의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고, 실내 테마파크를 비롯해 서울시민의 오아시스인 석촌호수와 올림픽공원, 풍부한 숙박 및 접객시설을 모두 갖추고 있어 세계적인 관광지로서 손색없다.

문화강국의 뒤에는 항상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 있어왔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류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정부가 K팝 전용 대형 공연장을 마련하기로 한 일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와 더불어 주민의 의견을 반영하고, 기존의 도시 인프라, 관광 산업으로의 연계까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관련 부처의 지혜를 기대해 본다.

박춘희 서울 송파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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