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로등 불빛이 생태 환경을 교란하는 주범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엑세터대 연구팀은 23일 생물학회지 바이올로지레터스에 발표한 보고서에서 “거리 조명이 곤충 개체군 분포에 인위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는 생태계의 구조와 기능을 뒤바꿀 수 있는 잠재적 위험요소”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지난해 8월 영국 콘월주의 헤스턴에서 덫을 설치해 3일 동안 60종의 곤충 1,194마리를 채집했다. 분석 결과 곤충 개체수와 분포에 주요 변수로 작용한 것은 가로등 불빛과의 거리였다. 개미와 딱정벌레, 쥐며느리 등 5종은 가로등에 가깝게 놓인 덫에서 훨씬 많이 발견됐다. 포식성 곤충들도 불빛에 유인되는 빈도가 높았다.
곤충 분포도 변화는 먹이사슬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가로등 불빛은 생각했던 것보다 고차원적인 단계에서 생태계의 환경 변화를 유발한다”고 지적했다.
가로등은 매년 전세계적으로 평균 6%씩 증가하고 있으나 생태계에 미치는 위험성은 잘 알려지지 않았다. 가로등 불빛은 도심에 사는 새들의 생체 리듬을 깨뜨려 먹이섭취 활동 시간을 늘리고 여우나 쥐 같은 포유동물의 섭식 습관에도 영향을 미친다.
각국이 효율성 증대를 이유로 할로겐, 발광다이오드(LED) 등 차세대 가로등 소재 개발에 열을 올리는 점도 생태계에는 위협적이다. 이런 물질은 동물들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광대역 주파수를 방출해 생태 구조를 혼란에 빠뜨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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